곽희진 청주시 상당구 주민복지과

조선시대의 실학자 중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 그분은 정약용이다. 정약용이 귀양을 갔을 때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그 편지의 내용 중에는 “여러 날 밥을 끓이지 못하고 있는 집이 있을 텐데 너희는 쌀이라도 퍼주고, 추운 집에는 장작개비라도 나누어 따뜻하게 해 주어라. 병들어 약을 먹어야 할 사람들에게는 한 푼의 돈이라도 쪼개어 약을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라.”라는 내용이 있다. 자신은 죄를 짓지 않고도 귀양을 간 중에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걱정하며 두 아들들에게 도와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갈수록 사회가 삭막해지고 정이 메말라간다고 하지만 우리주변을 잘 살펴보면 정약용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많이 부족한 나이지만 내가 존경하는 정약용처럼 다 같이 잘사는 사회,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런 연유로 사회복지 공무원을 준비하게 되었고, 시험에 합격하여 상당구청 주민복지과에 발령받았다. 두려움 반 설렘 반,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공무원이 된 후 나의 안위만 생각하고, 우리 주위 이웃을 돌보지 않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휩쓸었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이 걱정을 눌렀다.
상당구청 주민복지과에 발령을 받은 후 통합조사팀의 팀원이 되었다. 일을 하면서 수많은 사회복지 서비스가 있다는 것에 놀랐고 각 서비스의 기준과 용어를 적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하지만 직장 생활과 업무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팀장님과 팀 주사님들이 항상 좋은 말씀과 조언을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받은 조언 중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우리 일은 공평해야해. 기본적으로 우리는 수급자 자격이 되는지를 조사하는 것이야.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A라는 법칙이 이 사람에게는 적용되었지만, 저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공평하게 일을 한 것이 아니야. 통합조사팀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공평하게 일 처리해야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해. 네가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면 많은 서비스와 지침을 알아야 그 분들을 도와 줄 수가 있어. 그러니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야해.” 이 말은 여러 사람들의 수급자격 여부를 조사하면서 중심을 잃지 않도록 나를 지탱해주고 이끌어주었다.
어느 날 차상위본인부담경감대상자 서비스를 신청하신 분의 재산과 소득을 조사하게 되었다. 재산과 소득을 조사한 결과, 자격이 되지 않는 분이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자격조건을 충족하시지 못한다는 전화 상담을 했다. 몇 차례 전화 상담 중 그분의 재산이 중복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게 되었고 다행히 증거들을 찾아 중복된 재산을 처리했다. 그러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었다. 그 순간 정말 사회복지공무원이 되어 그 분께 한 가닥의 희망이 되었단 사실이 너무 기뻤다. 내가 더 많은 지침을 알고 있어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다시금 했다.
컴퓨터는 정확한 계산을 하지만 신청인의 세세한 상황을 파악하지는 못한다. 사회복지사의 할 일은 지침을 정확히 알고 신청인이 자격대상이 될 수 있는 조건을 파악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사회안전망 울타리 안에 편입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송파구 세 모녀 자살 사건도 이웃 대한 무관심과 나의 안위만을 걱정했던 우리사회의 표본이 아닐까?
과거 우리사회는 이웃집의 수저의 개수도 알만큼 서로에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서로의 관심은 오히려 민폐가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공무원은 국가의 손과 발이 되어 이웃집 수저의 개수도 알만큼 국민의 삶을 제대로 파악하여 보살피는 것이라 생각한다. 통합조사팀의 팀원으로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가슴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여전히 부족하지만 더욱 열심히 배우고, 강한 열정으로 좀 더 많은 분들에게 희망의 꽃이 되고 싶다. 항상 노력하며 최선을 다하는 사회복지공무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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