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길 진천경찰서 생활안전계 경정

망우보뢰(亡牛補牢)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으로 요즘 청소년 자살이 급증하면서 우리사회가 간과하고 있는 문제가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학교폭력에 의한 투신자살」, 「왕따에 의한 청소년 자살」등 ‘청소년 자살’이 매스컴 헤드라인으로 나와도 많이 놀랍지도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한참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거 많을 우리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는 비통한 현실에 대하여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고, 청소년 자살예방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절실하다.
청소년 자살은 성장 발달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려가지 스트레스에 대해 극단적이고 치명적인 대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청소년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는 학교폭력의 폭력가해 경험이 15.7%에서 12.6%로 점점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학교폭력 피해 후 자살에 대한 생각은 34.%에서 44.7%, 고통의 정도는 33.5%에서 49.3%로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학교폭력 피해율은 감소하였지만 심리적 고통은 더욱 증가한 것으로, 우리가 단순히 수치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다각적인 측면에서 학교폭력 근절에 더 경각심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이러한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 사회, 그리고 언론이 다같이 협력하여 자살위험요인을 낮추고 자살보호요인을 강화해야한다.
우선 가정에서는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청소년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관계유지를 통해, 자녀들에게 지지와 결속력을 보여주는 좋은 양육환경과 태도를 위해 부모는 노력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또래집단의 원만한 교우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서로 간에 노력은 물론, 교사의 적극적인 지지와 함께 학교 내 자살예방에 대한 상담 시스템 구축, 교사와 학생 간 멘토-멘티제도, 유용한 교육자료 활용, 적극적인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긍정적이고 밝은 자아 형성과 성장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학교 내부에도 이러한 위험을 감지하고 처리할 수 있는 관리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또한 사회에서는 지역사회 내 정신건강 교육과 서비스를 정비하여 지원하고, 이러한 위기관리 기관을 학생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 개방하여야 한다. 더불어 이와 같이 위험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에게 구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지지 기관과 제반 법률이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역할이다. 1974년 미국의 사회학자 필립스(David Phillips)는 20년 동안 자살을 연구하면서 유명인의 자살이 언론에 보고 된 뒤, 자살률이 급증함을 발견 하였다. 유명인의 자살이 언론보도 후 유사한 방식으로 잇따라 자살이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를 다른 말로 ‘자살 전염’ 또는 ‘모방 자살’, ‘동조 자살’이라고도 한다.
이는 대중 매체의 자살 묘사는 자살을 친숙하게 하고 일반적인 사건으로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살에 대한 환상이나 낭만을 심어주기도 하며, 자살을 문제 해결의 한 가지 수단으로 여기게 만들 수도 있는데 이런 자살 사건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에게서 더욱 쉽게 나타난다. 이에 언론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책임감을 가지고 내용과 표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살보호요인이 많아질수록 우리 청소년들의 자살위험은 감소할 것이다. 청소년들의 자살은 주변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발생한다고 한다. 따라서 부모, 형제, 자매, 친구, 교사 등 어느 한 사람이라도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면 청소년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주위를 둘러보고 소외된 청소년에게 손을 내밀어 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