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행정적 권한 밖 개입 요구 잇따라
정치·사회적 이슈화 노림수 불과
3자 개입 금지 부활 등 제도적 개선 필요
갈등 현안을 둘러싸고 이해 집단들이 법률·행정적으로 아무런 권한이 없는 일선 자치단체에 무리한 개입을 요구,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이같은 현실적 측면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정치적·사회적 이슈화를 노리거나 이에 따른 지자체의 책임 전가를 위한 전략적 행태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일선 지자체들에 따르면 학내 분규나 노사 갈등 등을 겪고 있는 기관·단체 등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일선 지자체를 상대로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학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청주대의 경우, 총장 사퇴와 재단 개혁을 요구하는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언구 충북도의회 의장을 방문, 도와 도의회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학 구조·운영이 쇄신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총장이 지금이라도 빨리 퇴진해야 하며 그게 명예로운 일"이라며 "청주대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도의회 김양희(새누리당·청주2) 의원도 13일 열린 도의회 335회 임시회에서 대집행부 질문을 통해 “지사와 교육감이 뒷짐만 지고 있다”며 이들을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은 대학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아무런 법률·행정적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이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권고하는 수준의 소극적 개입 밖에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자칫 과도한 개입을 할 경우, 법률·행정적 권한을 넘어선 월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가 하면, 법적 다툼으로 비화될 경우 법률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청주노인병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 노조는 노사 문제 해결을 위해 청주시를 상대로 법률적 권한 밖의 행정 행위를 요구하는 등 현실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노조는 청주노인병원이 청주시의 위탁관리를 받고 있는 만큼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임금·근무체계 개선은 물론 위탁 관리 해지를 요구하며 청주시청 앞에서 장기 농성까지 벌이고 있다.
그러나 노사 협상 중재는 고용노동부 소관이어서 법률·행정적으로 교섭 당사자가 아닌 청주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위탁 관리·감독기관으로서 위·수탁 계약 위반 등에 대해선 법률·행정적으로 조치가 가능하지만, 수탁기관의 노사 문제는 위·수탁 계약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수탁기관 내부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자체 안팎에선 갈등·분규를 겪고 있는 이해 당사자들이 일선 지자체를 상대로 월권 논란은 물론 법률적 책임까지 발생할 소지가 있어 현실적으로 개입이 어려운 부분까지 무리한 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사회적 이슈화를 노린 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또 만일 지자체가 적극적 개입을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섰다가 자신들의 주장이나 이해관계에 배치되는 결과가 도출될 경우, 오히려 책임론을 제기하며 지자체에 대한 법률·행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지자체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지자체를 상대로 한 무리한 요구 차단을 위해 본래 취지와는 달리 과도하게 해석돼 2006년 법 개정을 통해 삭제된 ‘노사 분규 3자 금지 개입금지’ 등 갈등·분규 사안에 대한 3자 개입 금지를 제도화하는 법률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노사분규 3자 개입금지 조항 폐지를 권고한 배경은 노조를 대변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라는 취지임에도, 이를 확대해석해 3자 개입 금지 조항을 폐지한 것은 갈등·분규 현안의 사회적 파장 확산 등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동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