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공단 충북지사 나종일 지사장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들어 완연한 가을이 왔음이 느껴진다. 만물이 결실을 맺는 풍성한 계절인 가을, 안전과 청렴도 결실을 맺는지 돌아보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붉은 단풍으로 화려하게 수놓인 산과 들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이곳저곳 발걸음을 옮기지만, 때로는 변하지 않는 것들도 아름다운 것 같다. 변치 않는 것들은 과거를 지나 현재에도 계속 중요한 가치를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는 항상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청백리와 같다고 예찬되어 왔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를 닮아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청렴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청렴이 사람간의 신뢰를 유지하고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의해 성립되고 그 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신뢰는 바로 사회구성원들 모두가 합의한 ‘기본과 원칙’을 지킴으로서 존재한다. 기본과 원칙을 벗어난 잘못된 행위들은 사회 질서를 교란시키게 되고, 나아가 사회 체계를 무너뜨린다. 누구라도 당장 눈앞에 놓인 이익을 좇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한다면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포함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악영향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사회가 원활하게 움직이려면 청렴이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안전에서도 이러한 청렴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고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잘못된 행위와 부정부패들이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업장에서 요구되는 안전 성능에 부적합한 보호구나 보호장비를 알면서도 도입하거나, 부실한 재료 및 자재를 눈감아주는 등 잘못된 행동들은 단기적으로는 이득이 될지 몰라도 언젠가 누군가의 아버지와 아들이 크게 다치고 목숨도 잃을 수 있는 일이다.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들이 근로자의 안전, 나아가 생명과 맞바꿀 만큼 중요한 것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또한 청렴의 문제에서 비롯된 사고들에 대해 정확한 처방과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비슷한 행태가 반복되기 마련이다. 비리·부정부패 사건에 제 식구 감싸기나 봐주기로 논란이 일어날 때가 있는데, 청렴에 관해서는 우리 사회 모두 인정에 얽매이기보다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문제의 원인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만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에서 출발한 부정이 나비효과처럼 퍼져나가 사회 전체가 흔들리는 원인이 되듯이, 반대로 한 사람 한사람이 실천하는 청렴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안전 대한민국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올해도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재해 예방에 힘쓰고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여 청렴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나간다면 안전과 청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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