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준 괴산경찰서 칠성파출소 순경

어깨의 힘을 뺀다. 가늠자와 가늠쇠를 집중하여 바라본다. 호흡을 가라앉힌다. 서서히 방아쇠를 당긴다. “탕”하는 소리와 파란연기를 남기고 탄알이 날아가 과녁에 적중한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미국의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는 이런 말을 남겼다. “겨누지 않고 쏘면 100% 빗나간다.” 아이스하키 선수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정확한 방향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나는 괴산경찰서에서 신임경찰관 생활을 하며 정확한 방향설정의 중요성을 배웠다.
경찰관 시험에 합격한 이래로 평온한 공공의 질서유지가 나의 목표였다. 이 목표는 나의 머릿속에서 ‘강력한 단속으로 질서를 유지시키자!’라는 생각으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신임경찰관 교육을 마치고 인구 3000명의 칠성면 치안을 담당하는 비교적 작은 칠성파출소로 첫 발령을 받았다. 첫 발령지에서도 계속하여 24시간 내내 강력한 단속을 바탕으로 한 질서 유지 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나의 방향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충북지방경찰청에서는 주민 만남형 순찰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괴산경찰서와 칠성파출소는 이 순찰을 사회적 약자 만남형 순찰로 특화시켜 시행중에 있었다. 사회적 약자 만남형 순찰이란 치매노인, 독거노인, 거동불편노인을 찾아가 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결해주는 순찰활동이다. 이러한 순찰을 실시하는 이유는 칠성면 주민의 평균연령이 65세가 넘고 치매노인, 독거노인, 거동불편노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강력한 단속 이라는 나의 조준선은 과녁을 잘못 겨누고 있었다. 이 조준선을 바탕으로 질서유지라는 과녁을 향해 쐈다면 100% 빗나갔을 것이다.
나는 선배 경찰관의 정확한 방향 설정과 실행의 모습을 보았다. 선배 경찰관은 한 달에 한 번씩 사회적 약자와 마을주민을 찾아가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해 주었다. 그 결과 경찰과 주민은 밀접한 라포(rapport)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주민은 자신의 마을에 대한 치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민들이 마을 치안에 관심을 갖자 치안 상태가 잘 유지되었고, 마을의 치안이 잘 유지되자 우리는 보다 더 효율적으로 순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확한 방향설정이 주민에게는 평온한 치안상태로, 경찰에게는 효율적인 순찰로 윈-윈(Win-Win) 효과가 되어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복잡 다변화되어 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때문일까? 방향을 잃고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배와 같은 우리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개인의 잘못된 방향으로의 행동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독불장군, 외골수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또, 국가의 잘못된 방향으로 추진되는 업무는 국민에게 상당한 피로감과 거부감을 줄 것이다. 이 피로감과 거부감이 씨앗이 되어 시간이 지나 거대한 나무가 되고 불신이라는 뿌리를 깊게 내릴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방향 설정은 우리에게 오명과 불신의 뿌리를 내리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바로 경청이다. 우리 몸은 통증으로 이상 신호를 보낸다. 이 통증을 빨리 인지하고 병원에 가면 병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우리도 업무추진에 있어서 주변사람들의 진통의 목소리를 빨리 인지하고 경청해야 한다. 경청한 내용을 바탕으로 계획을 수정, 보완한다면, 옳은 방향으로 보다 쉽게 나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늘 해답은 쉽고, 단순하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어렵고 복잡한 곳에서 답을 찾으려 할 뿐이다. 이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고, ‘경청’이라는 방향타를 잡고 삐뚤어진 항로를 수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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