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개봉 영화 ‘인터스텔라’

 

세계 최고의 재능들이 모이는 할리우드에서도 블록버스터에 철학과 예술을 담아낼 수 있는 감독은 흔치 않다. 영국 출신 크리스토퍼 놀런은 아마 현존하는 감독 가운데 그러한 능력이 가장 뛰어난 연출자 중 한 명일 것이다.
‘다크나이트’(2008), ‘인셉션’(2010) 등의 영화를 통해 오락영화도 예술일 수 있음을 입증한 그가 이번에는 인류 멸망과 우주탐사를 다룬 대작을 들고 돌아왔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인터스텔라’는 우주 탐사를 다룬 교향시이자 아버지의 귀향을 그린 오딧세이다.
영화는 말러의 교향곡처럼 장중하고, 슈베르트의 가곡처럼 질박하다. 스탠리 큐브릭이 만들어낸 거대한 세계 구조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따뜻한 감성 속으로 녹아든 듯하다. 우주라는 거대한 틀은 결국 가족 안으로 수렴한다.
‘인터스텔라’는 올해 할리우드에서 나온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수작이다.  땅은 메마르고, 공기 속에는 모래가 가득하다. 점점 황폐해져 가는 지구의 어느 농가에 조종사 출신 쿠퍼(매튜 맥커너히 분)가 살고 있다. 아들, 딸, 장인과 편안히 살고 있던 어느 날, 쿠퍼는 집에서 이상한 징후가 감지되자 어린 딸 머피와 함께 조사에 나선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신비한 곳에 이른 쿠퍼는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정신을 잃는다. 알고 보니 그가 간 곳은 미 항공우주국(NASA).
심지어 조종사 시절부터 알고 지낸 브랜든 교수(마이클 케인)도 그곳에서 만난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그에게 교수가 우주 탐사를 제안한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의 종말은 불가피하기에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한다며 쿠퍼를 설득한다. 탐험가적인 천성과 지구 황폐화로 자녀가 오래 살 수 없다는 불안에, 쿠퍼는 결국 아이들의 눈물을 뒤로한 채 우주로 향한다. 브랜든 교수의 딸 아멜리아(앤 해서웨이) 박사 등 과학자들과 함께다.
2년간의 표류 끝에 도달한 토성 인근. 탐사대는 다른 은하계로 통하는 웜홀(두 시공간을 잇는 우주상의 공간)에 접근하고, 그들이 탄 우주선은 그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놀런 감독은 인간의 감정이 흔들리는 지점을 정확히 포착해 내 적당한 리듬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를테면 발사를 앞둔 우주선에 앉아있는 쿠퍼의 표정과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머피의 표정을 교차로 보여주는 시퀀스가 그렇다. 카운트다운이 진행됨에 따라 조금씩 뜨거워져 가는 감정의 온도를 배우들의 표정과 음악에 실어 전달하는 놀런의 탁월한 표현력에 관객들은 그저 속절없이 눈물샘을 훔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거대한 행성 속에 점처럼 움직이는 우주선, 10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연주하는 대편성 교향악에 대비되는 우주 공간의 무음 등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즘의 교차는 169분에 이르는 긴 상영시간에 탄력적인 리듬을 부여한다.(실제로 3시간 가까운 긴 시간임에도 영화는 지루할 틈이 거의 없다)
신뢰와 사랑 같은 원초적인 감정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뻔한’ 결론과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영화는 결국에는 관객들의 마음을 휘젓고야 만다.
상대성이론과 웜홀 등 어려운 용어들이 산재하지만 이야기를 이해하고 감정을 따라가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와 나날이 발전하는 앤 해서웨이, 늘 연기를 잘해왔던 제시카 차스테인(어른 머피 역), 깜짝 등장하는 맷 데이먼의 호연도 이 영화의 미덕이다. 우주선에 탑승한 로봇 타스의 매력도 상당하다. 
총제작비는 1억 65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국내 개봉을 일주일 여 앞두고 있지만 박스오피스 1위 ‘나를 찾아줘’를 크게 앞서며 예매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11월6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69분.
【연합뉴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