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록밴드 시나위의 리더인 기타리스트 신대철(47)의 음악과 삶을 돌아보는 책이 나왔다.

신간 '뛰는 개가 행복하다'는 기타를 처음 잡은 유년 시절부터 '바른음원협동조합'을 추진하는 최근까지 그의 삶 전반을 인터뷰 형식으로 돌아보는 책이다. MBC 라디오 프로듀서 김철영이 그를 인터뷰했다.

그는 1975년 '대마초 파동'으로 활동 정지 상태였던 '록의 대부' 아버지 신중현으로부터 처음 기타를 배웠다. 그는 당시 "슈퍼스타의 아들에서 며칠 사이 범죄자의 아들이 되어버린 충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기타를 쳤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너무 싫어서 음악 시간에 일부러 틀리게 부를 정도로 '튀지 말자'가 유년기 모토였다고 한다.

조용히 지내던 학교에서 살짝 선보인 기타 실력이 소문이 나면서 밴드 '센세이션'을 꾸려 공연한 사연, 밴드가 정식 연주 전에 '사운드 체크'한 것이 그대로 시나위 1집(1986년)이 됐던 사연 등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면마다 가득하다.

"예술 작업은 이기적인 작업이야. 심지 있게 이기적으로 끌고나갈 수 있느냐, 그걸 끝까지 관철할 수 있느냐, 그게 예술이야. 평가는 후대의 역사가 하는 거고."(90쪽)라는 그의 정의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로커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시대를 음악만으로 돌파해나가는 이야기가 상당한 울림을 준다.

독재와 민주화의 경계에서 저항의 상징인 메탈 음악을 만들던 그가 협동조합 창립 등으로 사회 참여에 앞장서며 '시민'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시나위가 록음악사에 획을 그은 밴드인만큼 당대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밴드를 거친 임재범, 서태지, 김종서, 김바다를 비롯해 라이벌로 불린 부활의 김태원, 그가 롤모델로 꼽은 백두산의 김도균이 여러 차례 언급된다
그는 임재범을 만났을 때는 "유비가 제갈량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었다고 고백한다. 특히 서태지와 만난 순간도 무엇인가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감이라는 게 있잖아. 식스센스. 설명은 못하겠지만 괜찮은 거야. 뽀글뽀글 파마를 했는데 귀여웠어…얘가 시나위 레퍼토리를 다 알고 있었어. '혹시 '연착' 할 줄 알아'라고 물으니 바로 치는 거야. 그래서 '이놈봐라'하면서 연습했지."(122~123쪽)
그는 "서태지는 음악을 잘했다. 그런데 의아했던 게 음악을 잘 몰랐다. 특히 록음악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았다. 레드제플린을 내가 처음 들려줬다"면서 "정현철로 들어와서 중간에 이름을 바꿨는데 서태후의 '서태'와 엑스재팬의 멤버 '타이지'의 '지'를 합쳐 서태지로 했다고 하더라"라고 귀띔했다.

아버지 신중현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5년 헌정 공연을 준비하면서 아버지의 음악 세계에 경외를 느꼈다고 한다. 부친의 음악 세계가 가장 잘 구현된 곡으로는 '미인'을 꼽았다.

책의 말미, 음악 인생을 정리해달라는 요청에 신대철은 자부심을 드러냈다.

"싫었던 것 중의 하나가 도 닦는 모습이거든. 그런데 나도 그래왔더라고. 그래도 하나는 지켰어. 일관성이라는 면에서는. 성공이나 승패를 떠나서 기웃거리지 않았다는 자부심은 있어."(215쪽)
책의 끝에 부록처럼 '시나위 계보도'가 있다. 직간접적으로 시나위와 관계있는 뮤지션을 도표로 정리한 것인데 밴드가 한국 음악계에서 얼마나 깊은 뿌리 역할을 했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

알마, 264쪽,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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