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섭 청주시서원구선거관리위원회 회계주임

단풍이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날 직원 체육행사차 산행을 했다.
내가 사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 있고 항상 마주하는 높지 않은 산인지라 산행에 대한 기대감 없이 오랜만에 본 반가운 얼굴들이 우선이었던 산행이었다. 산은 별생각 없이 올라도 스쳐 지나가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서 마음의 여백을 만들게 한다. 산을 오르며 시나브로 삶의 자세가 변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 한번으로 바뀌진 않는다. 내 삶의 자세도 사회의 변화도 켜켜이 쌓인 ‘시나브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문득 스무 살의 내가 생각난다. 그 때 나는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었고 소심했던 대학 신입생이었다. 항상 스스로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고, 사교성 좋고 적극적인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 모습을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성격을 핑계로 늘 그대로였다.
현재 서른 중반의 나는 조금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이렇게 바뀐 것이 나이를 더 먹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 변하길 원했고, 원하는 쪽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나는 변해 있었고, 또 다른 ‘시나브로’의 마법을 찾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도 스무 살의 내 모습과 같다. 아직 성숙하지 못해 국민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 와중에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보도는 정치에 대해 우리를 더욱 냉소적으로 만든다. 그럴 때마다 우린 외국의 성숙한 정치후원 문화를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위한 정치후원금 기부는 하지 않는다.
작금의 정치가 국민의 불신을 받는 연유만을 생각하며 늘 그대로이다. 그러나 지금의 어지러운 정치상황 속에도 분명히 변화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길 원한다면 변화에 필요한 깨끗한 에너지를 꾸준히 충전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변화는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정치후원금은 훗날 정치발전에 대한 기대일 수 있겠지만 성실한 납세자인 우리 삶에 즉각적인 피드백도 되고 있다.
연말정산 시 개인이 기부한 정치자금에 대하여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 받을 수 있고 10만원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도 비율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꽤 오래전에 있다가 사라진 ‘시나브로’ 라는 담배가 생각난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서 불편함과 나쁨을 알면서도 지금껏 함께 살아가는 중이다. 항상 끊어야지… 라는 막연한 생각뿐 이었는데 이번 산행으로 얻은 마음의 여백에 큰 폭으로 인상된다는 담뱃값 인상안에 대한 패닉으로부터의 자유로움과 건강한 삶을 위해 금연에 대한 다짐을 적어본다.
소액의 담뱃값을 모아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필요한 깨끗한 에너지를 충전해 나가려 한다. 내 건강을 위한 금연과 대한민국 정치 건강을 위한 정치후원금 기탁은 즉각적인 피드백도 있고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한 관리와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이 닮았다. 일상 속의 작은 움직임으로 나와 당신이 시나브로 건강하고 행복할 길은 비단 금연뿐만은 아닐 것이다.
‘아주 작고, 작고, 작은 변화를 시작해봐 마법이 시작되지~’ 라는 광고 문구처럼 나와 당신을 위한 ‘시나브로’의 마법을 지금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