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욱 청주시 흥덕구청장

부모산둘레길은 듣기만 해도 아름답고 정감이 느껴지는 고향의 숲속길이다. 그것은 명칭에서 보듯이 부모산이라는 명칭이 부모님과 같은 따뜻한 품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둘레라는 말이 부모님의 곁, 언저리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산에 가면 계절에 따라 각종 야생화와 아카시아 꽃향기를 만나고, 밤나무, 참나무 아래서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결실의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산새들의 합창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산의 지명유래를 살펴보면 고려 말 몽고군이 침입했을 때 주변마을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난하였는데 아사 직전에 산 정상 부근에서 샘물이 솟아나와 피신한 주민들이 모두 살아나게 됐고, 그 은혜가 부모와 같다하여 부모산으로 불리게 됐다. 전국의 명산 중에서도 부모라는 명칭이 들어간 산은 우리 고장 청주의 부모산이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부모산둘레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꽤 오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리산둘레길, 우암산둘레길 등에서 보듯이 둘레길은 흔한 이름이지만 우리에겐 아주 친숙하고 정겹게 다가오는 이름이다. 처음 부모산 둘레길이 생기게 된 것은 아주 오래 전 이곳에 서식하는 토끼와 고라니 등 동물들의 이동 통로에서 비롯됐고 그 후 이곳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땔나무를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도토리와 밤, 산채 등을 채취하기 위해서 걷기 편하고 안락한 길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둘레길이 형성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의 둘레길이 비교적 정비가 잘 된 것은 강서1동 주민들께서 깊은 애향심을 가지고, 매년 스스로 자체사업비를 마련해서 안내 이정표와 계단을 정비하고 휴식의자를 설치하는 등 지속적인 애정을 보여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산둘레길을 주민스스로 정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계속 주민의 손으로 정비하기란 실로 어려운 것이다. 필자가 지난 7월 1일 흥덕구청장으로 부임해서 가장 먼저 느낀 것 중의 하나가 부모산 둘레길 정비였다. 지역주민 스스로 애향심을 가지고, 둘레길을 정비하고 걷기행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동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관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민관이 함께하는 더욱 훌륭한 등산로가 조성될 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에 필자는 정말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부모산둘레길 정비사업과 걷기대회를 확대 추진하겠다는 생각으로 금년도 추경예산에 2억 2천만 원을 확보했다. 그리고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지역주민들의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지켜보면서 바로 이러한 사업들이 우리 공직자가 앞장서서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는 것도 절실히 깨닫게 됐다.
그러나 현재 부모산 둘레길 정비사업은 설계를 마치고 추진 중이나 지주 분들과의 합의가 안 돼 추진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지주 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지역주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소규모 등산로 정비사업인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이달 16일(일요일) 오전 9시 30분에는 청주시민 대화합 부모산둘레길걷기대회가 강서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다. 행사 진행상황을 살펴보면 이미 행사를 주관할 부모산명소화발전협의회가 흥덕구 주민대표 29분으로 구성되어 발족을 했고, 참가한 모든 분들이 모두 투철한 애향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행사에 임하고 있어 본 행사가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 날 주요행사로는 다함께 둘레길 걷기에 이어서, 공연관람이 있고 푸짐한 경품추첨에 오찬까지 제공할 계획으로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한 시민대화합의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모두 11월 16일 이 날 만큼은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시민대화합을 위한 부모산둘레길걷기대회에 다 같이 동참해서 맑고 푸른 무공해 숲속에서 심신의 피로를 풀고, 시원한 청량감을 느껴보자! 온가족이 손에 손잡고 부모산을 찾을 때 우리 가족의 건강은 지켜지고, 즐거움과 행복이 넘치는 산행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