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앞뒤 안 가리는 불 같은 성격의 최익호(이정재). 어린 시절부터 싸움에는 천부적인 자질을 보인 그는 이종격투기 선수로 전업해 승승장구한다.

세계챔피언 등극을 눈앞에 둔 어느 날, 매니저이자 친형인 영호(이성민)가 사라지고, 경찰이 집과 체육관에 들이닥친다. 영호와 만난 사람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졸지에 살해 용의자로 몰린 형을 대신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 구류된 익호는 첨단 장비를 동원해 연락해온 에이스(신하균)로부터 형을 구하려면 명령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격분한다.


'빅매치'는 게임 같은 영화다. 주인공이 한 스테이지를 깨고 나면 다른 스테이지에 도전해야 한다. 리샤오룽(이소룡·李小龍) 주연의 '사망유희'(1978)처럼 한층 한층 올라갈수록 고수들이 등장하는 영화와 어떻게 보면 비슷한 구조를 지닌다.

아울러 '빅매치'는 작정하고 액션에 방점을 두고 만든 기획영화이기도 하다. '사생결단'(2006) '고고70'(2008)을 만들었던 최호 감독은 이야기의 아기자기함이나 배우들의 세밀한 표정 연기, 미학적인 장면보다는 '닥치고 액션'을 지향한다.

주인공 이정재의 활약이 눈부시다. 100명 가까운 경찰들의 포위망을 뚫고 경찰서를 탈출하고, 수십 명의 조직폭력배를 두 주먹만으로 간단히 때려눕히며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려도 별반 다치지 않는 강철 로봇 같은 체력을 선사한다.

영화는 이처럼 생각보다 몸이 앞서는 익호의 무한 액션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연기의 90%를 실제로 했다"고 밝힌 이정재의 노고가 빛난다. 그는 준비 과정에서 어깨 연골을 다쳐 10개월간의 재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스테이지를 넘어가면서 벌어지는 액션장면은 시간이 흐르면서 아쉽게도 한계효용이 체감한다. 그걸 대체할 만한 이야기가 부족하고, 캐릭터의 깊이도 떨어진다.

예컨대 신하균이 맡은 에이스는 모든 범죄를 총괄하는 천재이고, 비중도 익호 다음이지만 영화는 에이스의 마음에 이는 변화와 에이스의 행동 동기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살피길 꺼린다. 액션만으로 1시간40분을 달려가기엔 아무래도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

도형사 역을 맡은 김의성과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도끼 역의 배성우가 간혹 만들어내는 웃음이 그나마 팍팍한 드라마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보아의 국내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감정 연기보다는 액션 연기가 아직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11월27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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