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C-PKT팀 성은혜

얼마 전 ‘농악’이 세계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기사를 읽었다. 우리의 많은 문화유산 중 2013년 김장문화에 이어 올해도 또 한 번 세계적인 인류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실로 가슴이 벅찼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궂은 농사일을 서로 도우며 고단한 생업에서도 농악을 통해 활력을 찾고 한 해의 결실을 기원해왔다. 뿐만 아니라 농악은 잔칫집의 흥을 곱절로 돋아주고, 제례나 의식을 통해 엄숙함을 유지하는 등 그 쓰임새도 다양했다. 이처럼 민중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기에 오늘날 우리 민족의 자부심으로 우뚝 선 게 아닌가 싶다.
요즘도 지역축제마다 심심치 않게 농악이 울려 퍼지곤 한다. 상모를 돌리는지 팽이가 돌아가는지 허깨비가 보일 만큼 기가 막힌 퍼포먼스를 보게 되면 곳곳에서 박수와 함성소리가 연신 끊이지 않는다. 짚신발로 하늘 높이 뛰어오르는 순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기세로 꽹과리는 가느다란 고음을 길게 빼주고 장구는 강약의 장단을 밀고 당긴다. 이어 북은 호기로운 두드림으로 관중을 끌어 모으다가 기세 당당 풍채 좋은 징이 울리면서 여타의 악기들이 다 함께 혼이 빠지도록 신명을 울린다. 각 악기들은 무엇 하나 경중의 역할을 구분 짓지 않고 특별히 잘난체하며 나서는 악기 하나 없이 청량 음료를 마신 듯 케케묵은 시름들을 말끔히 걷어낸다. 그래서일까? 귀에 거슬림 없는 향연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니 그 장단에 몸이 절로 들썩들썩 한다.
문득 얼마 전, 통합 청주시로 출발하면서 화합을 기원하는 ‘백중놀이’가 펼쳐졌던 무심천 광장이 생각났다. 풍악을 울리는 가운데 각종 민속놀이체험과 여러 행사로 많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어스름이 깔린 가운데, 문득 나는 줄지은 노점상의 불빛보다 더욱 환한 무대 세트 장에서 어린 아이가 부르는 맛깔 나는 트로트에 어깨춤을 추는 어르신들을 발견했다.
흥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발견했다고 해야 할까? 농악의 진수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어려운 고비마다 신명으로 이겨낸 우리민족의 긍정과 낙천적인 정신이 깃든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굳이 말로 전하지 않더라도 세대 간의 소통과 공감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흥과 신명이야말로 우리가 향유하고 계승해야 할 문화요, 고유의 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층과 성별, 국적을 초월하는 문화가 주는 이점은 전 세계를 한 민족처럼 가깝게 맺어주는 동질감과 친숙함에 있는 것 같다. 그 순간 모두가 느끼는 감동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중에 우리 농악이 세계인들의 감동을 자아내는데 그 몫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또 한번 내 마음의 불씨를 지폈다.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흥과 신명은 주변 곳곳에 소리소문 없이 전파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어찌 알겠는가, 그것들이 모여서 우리고유의 문화유산이 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