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의원’ 조선 천재 디자이너 공진 역 배우 고수

 

 “솔직히 수염이나 한복이 어울릴지 잘 몰랐어요. 케이크에 있는 체리나 맛있는 부분은 나중에 먹잖아요. (사극도) 아껴놓은 거죠. 하하.”
조각 같은 외모로 ‘고비드’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배우 고수(37)가 데뷔 16년차인 올해 처음으로 수염을 붙이고 사극에 도전했다. 한석규·유연석·박신혜와 함께 출연하는 영화 ‘상의원’이다. 
고수가 맡은 역은 타고난 감각을 지닌 조선 시대의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으로, 전통을 중시하는 왕실 어침장 ‘조돌석’(한석규)과 본의 아니게 대립하는 인물이다.
선하지만 어딘가 슬픔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주로 진지한 캐릭터를 맡아 온 그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때로는 다소 능글맞고 자유분방한 공진으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 15일 가회동에서 만난 고수에게 자신이 공진과 같은 ‘천재형’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도리어 “공진이 천재 같았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왕(유연석)과 왕비(박신혜), 돌석은 열등감, 욕심, 욕망에 많이 얽매여 있다면 공진은 자유로운 인물이에요. 공진이 그냥 천재라고 생각했다면 어떤 접근도 못 했을 거에요. 어느 순간 공진은 천재라기보다 다른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신분, 배경 등에서 자유로운 인물 아닌가. 그저 남들과 다른 인물인 거죠. 공진은 천재라기보다 남들처럼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그런 상처를 이겨내고 노력한 끝에 된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수는 “천재는 없다”며 “예술은 우연이 아니고 피나는 작업의 열매라는 말이 있듯이 우연한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도 공진처럼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고 모든 사람이 그런 면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노는 것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나요? 하하.”
데뷔 초에는 갑자기 자신에게 쏠린 시선과 관심이 부담돼 방황하듯 날이 추울 때 산에 다니며 ‘비박’(텐트 없이 하는 야영)을 했다는 그는 “이제는 그런 방황이 안정기에 들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공진은 왕비의 부름을 받고 궁에 들어갔다가 왕비에게 첫눈에 반한다. 이후 외로운 왕비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지어준다. 청나라 사신을 위한 대형 진연에 왕비가 순백의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고수는 “진짜 울었다”면서 “우울한 슬픔을 지닌 왕비의 반짝반짝함이 옷을 통해 살아나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옷이란 어떤 의미일까. 
“영화 속에서 공진이 왕비에게 ‘편한 바느질이 좋은 바느질’이라고 말하는데 그 대사는 제가 만든 거에요. 아름다운 것을 고무되는 것은 다 마찬가지죠. 예쁜 게 좋은 거고. 옷에서부터 그 사람을 판단하고 그런 경향이 있잖아요. 사실 사람이 더 중요한 건데 말이죠. 옷을 입은 그 사람이 더 중요한 거죠.”
고수는 “‘상의원’은 예쁜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면서 사람도 보이고 옷도 보이는 영화”라면서 “관객의 발길이 우리 영화로 향했으면 좋겠다”고 솔직히 말했다.
“모든 사람이 돌석과 공진의 모습을 다 가진 것 같아요. 관객 분들이 돌석을 보고, 공진을 보고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해요.”
고수는 “‘상의원’을 찍고 나니 정통 사극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번에는 평민 역할이었으니 다음에는 왕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현대미술작가 문경원·전준호의 미디어아트 겸 단편 영화 ‘묘향산관’에도 출연했다.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하는 것을 하고 싶어요. 그런 데에 끌려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사람이 생각을 같이 공유할 수 있고 알아갈 수 있는, 그런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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