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옛날 옛적에' 아이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라던 '베이커 부부'(제임스 코든·에밀리 블런트 분)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들 앞에 나타난 '마녀'(메릴 스트리프)는 자신의 정원에서 마법의 콩을 훔쳐 간 베이커의 아버지 때문에 그 집에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저주를 걸었다며 이들에게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녀의 말에 따라 사흘 안에 우유처럼 하얀 소, 피처럼 붉은 망토, 옥수수처럼 노란 머리카락, 순금처럼 빛나는 구두를 찾아야 하는 베이커 부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숲 속으로 향한다.

시장에 흰 소를 팔러 가야 하는 '잭'(다니엘 허틀스톤)과 '왕자'(크리스 파인)가 여는 무도회에 참석하고 싶은 '신데렐라'(안나 켄드릭), 할머니 집에 병문안 가는 빨간 망토를 쓴 소녀(릴라 크로포드) 등도 각자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숲으로 들어가는데….

뮤지컬 영화 '숲속으로'(원제 Into the Woods)는 디즈니가 사상 처음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은 198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이듬해 토니 어워즈에서 극본상·작곡상·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

영화의 전반부는 좋은 재료의 맛을 살려 잘 비벼 낸 먹음직스러운 비빔밥 같다.

 

마치 원래 하나의 이야기였던 것처럼 '신데렐라', '잭과 콩나무', '빨간 모자', '라푼젤' 등 각각의 명작 동화는 기가 막힐 정도로 딱딱 들어맞으며 절묘하게 어우러져 또다른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이미 뮤지컬 영화 '맘마 미아!'(2008)를 통해 가창력을 선보였던 메릴 스트리프는 마법의 콩을 지키지 못해 아름다움을 잃은 마녀로 분하며 다층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빨간 망토를 쓴 소녀와 할머니를 잡아먹는 '늑대'역을 맡은 조니 뎁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잘생겼으면 됐지 뭘 기대한거야?"라는 왕자 역 크리스 파인의 허세 가득한 연기도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주인공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날 듯하다가 기존 동화의 틀에서 벗어나 동화 속 '해피엔딩'의 이후로 이어진다.

각자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남을 속이고 거짓말을 한 등장인물들이 위기에 직면해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다투다 마침내 '너는 혼자가 아니야'('No One is Alone')라며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는 식이다.

여러 동화가 조화를 이루며 매끄럽게 이어지는 전반부에 비해 디즈니식 교훈을 강조하는 후반부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시카고'·'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등을 연출한 롭 마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브로드웨이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 음악감독이 뮤지컬 '숲속으로'의 원곡을 재해석해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12월 24일 개봉. 전체관람가. 1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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