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25일 '천만 클럽'에 가입했다.

극장가 비수기인 지난달 6일 개봉한 '인터스텔라'는 개봉 첫날 22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개봉 3일째 100만명을 돌파하며 천만 고지를 향해 승승장구했다.

막판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국제시장',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흥행 열기는 한풀 꺾였으나 꾸준히 관객을 모으며 개봉 50일째에 1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 올해 개봉 외화 중 두 번째 천만 영화
25일 영화 수입·배급사인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에 따르면 '인터스텔라'는 이날 오전 0시를 기준으로 누적 관객수 1천만46명을 기록했다.

'인터스텔라'는 올해 국내에 개봉한 영화 중 '겨울왕국'(1천29만)과 '명량'(1천761만)에 이어 세 번째로 '1천만 영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외화로는 지난 1월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천만 클럽에 가입한 '겨울왕국'에 이어 두 번째다.

'인터스텔라'의 기록은 '아바타'(2009·1천362만)와 '겨울왕국'에 이은 역대 외화 흥행 3위다.

놀런 감독의 기존 작품 중 최고 흥행작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639만명) 기록도 훌쩍 뛰어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이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된 11월 개봉작 중 역대 최고 기록으로, 국내 개봉작 중 역대 흥행기록 40위권 안에 드는 11월 개봉작은 '인터스텔라'가 유일하다.

'인터스텔라'는 개봉 5일째 200만명을 넘는 등 초반 흥행을 몰고 간 데 이어 개봉 두 달여 만에 관객의 문의와 요청에 따라 일부 '아이맥스'(IMAX) 상영관에서 재상영되는 등 뒷심을 발휘했다.

◇ 흥행 비결은 놀런, 부성애, 그리고 교육열
'인터스텔라'는 웜홀,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 어려운 물리학 용어가 잔뜩 담긴데다 3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 때문에 사실 개봉 전에는 '천만 관객'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믿고 보는' 놀런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관객이 극장으로 몰렸다.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얘기를 다룬 '메멘토'(2000)로 주목받은 놀런 감독은 배트맨 시리즈와 상대방의 꿈속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인셉션'(2010) 등을 통해 국내에도 많은 팬층을 확보했다.

'인터스텔라'의 또 다른 흥행 비결은 바로 영화 속에 담긴 가족애다.

놀런 감독은 지난달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투어 기자회견에서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감 감성에 대한 극명한 대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영화는 과학에 바탕을 두지만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 부성애라는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이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이 영화 수입·배급사인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는 "휴머니즘을 배제한 기존의 SF영화들과는 달리 가장 과학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아버지와 딸의 사랑이 전면에 드러나는 가족애를 강조한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가족 관객에게 어필하고 동양적인 정서와 부합됐다"고 설명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차갑고 냉철한 서양 과학의 이야기가 동양적인 감성으로 해석돼 서양보다 동양 관객이 더 공감한 것 같다"며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영화에 담긴 사람의 얘기, 희망적인 메시지가 관객을 많이 끌어왔다"고 말했다.

교육과 오락이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무비라는 점도 관객층을 넓히는 데 한몫 했다.

2009년부터 고등학생이 배우는 '물리Ⅰ'에 상대성이론 과정이 포함돼 천체물리학이 생소하지 않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줬다는 평가다.

놀런 감독의 동생인 조나단 놀런은 시나리오를 쓰려고 대학에서 4년간 물리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는 "여러 과학 분야를 융합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학생들이 관련 이론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 홍보를 맡은 올댓시네마의 김태주 실장은 "어려운 과학이 접목된 SF 장르에서 천만을 넘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관객이 자기가 선호하는 영화에 대한 판단이 확대됐다는, 일종의 시장에 대한 변화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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