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치명적인 질환인 루게릭병(근위축측삭경화증) 치료제 릴루졸(Riluzole)이 건망증과 심지어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 록펠러 대학 신경내분비학연구실장 브루스 매키원 박사는 릴루졸이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海馬)의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시냅스(연접부)의 약화를 막아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사람으로 치면 중년에 해당하는 생후 10개월 쥐에 릴루졸을 투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매키원 박사는 밝혔다.
쥐는 생후 10개월이면 노화에 의한 인지기능 저하가 시작된다.
릴루졸이 투여된 쥐들은 17주가 지나자 미로찾기 테스트에서 같은 나이의 다른 보통 쥐들보다 기억력이 좋아져 거의 젊은 쥐들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이 쥐들을 해부해 뇌를 관찰한 결과 시냅스로 뒤덮여 있는 수상돌기 밀집도가 젊은 쥐들보다 더 높았다. 릴루졸이 투여되지 않은 같은 나이의 보통 쥐들은 수상돌기가 가장 적었다.
해마 내부의 손상되기 쉬운 글루타메이트 감지 회로가 개선되는 뚜렷한 변화도 발견됐다.
신경세포는 회로를 형성하면서 서로 연결돼 있고 글루타메이트라는 화학신호로 서로 교신한다.
글루타메이트가 지나치게 많으면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흥분해 오히려 신경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매키원 박사의 설명이다.
릴루졸은 글루타메이트를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이 약이 운동 신경세포가 퇴화되는 루게릭병 치료에 쓰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루게릭병은 운동 신경세포가 퇴행성 변화에 의해 점차 소실돼 근력 약화와 근위축으로 언어장애, 사지위약, 체중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다가 결국 호흡기능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 회보 최신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