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보이 한국인 최초 메리어트호텔 총지배인 충청대 출신 실습생서 313명 직원 총괄·감독

청년실업자 50만 시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상이다. 수많은 청춘들이 취업을 못해 절망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학력이나 그 사람이 몸담고 있던 곳을 기준으로 인사를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자신의 능력과 경력관리를 통해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시대다.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능력과 실력으로 정상에 선 사람들은 그래서 돋보이는지도 모른다.

배병주(38) 상하이 홍차오 메리어트호텔 총지배인. 전문대 출신 실습생에서 30대에 메리어트호텔 최초로 한국인 총지배인에 오른 배씨는 이 시대에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의 메신저다.<편집자>

중국 상하이 여행과 기업유치 등을 위해 홍차오 메리어트호텔을 찾는 한국인들은 놀라움이 앞선다.

이 호텔 객실배정업무 등을 지휘하는 총지배인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호텔리어 입문 14년 만에 총지배인이 된 배병주씨가 고향에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지난 연말 청주를 방문했다. 그는 지난 12월 27일 동양일보를 찾았다.

그는 “단지 묵묵히 고객을 위한 태도를 겸비하고, 자신을 낮춰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천한 결과일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배씨는 세계 80여개 국 4000여개 메리어트호텔 최초이자, 상하이 5성급 호텔 1호의 한국인 총지배인으로 벨맨에서부터 대리·과장·부서장과 부서별 이사(6명), 부총지배인(1명) 등 313명의 직원을 지휘한다.

호텔총지배인은 최고 경영진에서 결정한 기본정책 수행의 책임자로 호텔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종업원의 업무를 관리하고 지시한다. 호텔운영의 실질적인 리더로써 능력과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배씨는 2000년 11월 충청대 재학당시 서울 반포 JW메리어트 호텔 실습생으로 호텔리어의 길에 발을 들였다.

실습이 끝날 무렵 호텔 측에서 인턴제의를 받아 계속 일을 하던 중 영어의 부족함과 중요성을 깨닫고 영국 어학연수를 계획했지만 가장 원했던 호텔 컨시어지 구인광고가 그를 붙잡았다.

배씨는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이니 시도해보자’라는 결심에 어학연수를 접고 정식 호텔 직원으로 채용됐다. 비록 벨보이부터 시작하긴 했지만 특유의 듬직함과 서비스 마인드로 그토록 원하던 컨시어지 업무를 맡고 매니저까지 승진하는데 불과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컨시어지는 로비 입구에 위치한 데스크에서 근무하면서 호텔 이용정보와 관광지·교통 등 고객이 요구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의 만능해결사다.

그는 “사실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100명의 호텔 직원 중 80여 명은 해외유학파거나 오랜 시간 해외에서 거주한 사람들이었고, 경력 6~7년의 선배들도 ‘주임’ 정도의 직급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처럼 막막했던 그에게 기회의 손을 내민 것은 당시 반포 JW메리어트의 총지배인이었다. 한국인의 일하는 모습을 높게 평가한 총지배인이 미국 덴버 메리어트호텔로 가게 되며, 한국 직원 몇 명에게 그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군 제대 후 첫 토익시험성적이 460점 밖에 되지 않았다는 그는 벨보이로 일을 하며 나름 1년 동안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6시간씩 영어공부를 했지만, 미국으로 떠난다는 것은 엄청남 부담 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기회를 막연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해 떠날 결심을 했다.

덴버 근무당시 프런트의 동료들은 모두 백인들뿐이고, 영어도 유창하지 않았다.

그는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중 내가 아니면 안 되는 남들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능력을 반드시 한가지는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움직였다.

그 덕분에 3개월 만에 진급을, 그 이후 또다시 3개월 뒤에 진급을 하게 됐다.

싱가폴 호텔 당직지배인으로 재직 당시, 매달 홍콩 본사에 전달되는 ‘고객 컴플레인 리스트 10가지’ 보고서에 대한 이의 제기와 함께 대안책을 보내 아시아 전체 리포트 양식과 시스템이 바뀌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14년 동안 4개 국가 7곳의 메리어트 호텔에서 17개의 직책을 거치며 쌓아온 그의 이야기는 여타 성공담과는 다른 특별함이 보인다.

배씨는 “한국인을 넘어 아시아인으로써 인터내셔널 호텔 체인의 총지배인이 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며 “호텔 업계에서 다른 외국 사람들은 자국출신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주는 분위기인 반면, 한국인 사이에선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후배들에게 많은 힘이 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청주 강내면 부모댁을 찾아 아들(주호) 돌잔치를 하고 4일 상하이로 떠난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도움이 되는 범위 내에서, 내가 아니면 안 되는 나만의 것을 찾아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정이 결과를 만든다. 훗날을 위해 지금의 과정에 충실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새해 청년들에게 희망의 찬 메시지를 전했다.<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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