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에 이르기까지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4천286㎞의 도보여행 코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셰릴 스트레이드'(리즈 위더스푼 분)는 혼자 힘으로 메는 것도 쉽지 않은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PCT 하이킹을 시작한다.

셰릴이 차가운 죽으로 연명하고, "미쳤지"를 반복하며 2분에 한 번은 그만둘 생각을 하면서도 PCT를 걷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엄마가 자랑스러워하던 딸"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영화 '와일드'는 셰릴 스트레이드가 쓴 동명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해 마약과 외도를 일삼으며 자기 자신을 내팽개치다시피한 셰릴.

더는 추락할 곳도 없는 삶의 밑바닥에 선 셰릴은 술주정뱅이 남편에게 맞아도 가난해도 자식들 앞에서 항상 노래를 흥얼거리며 미소를 짓던 생전 엄마를 떠올리고, "네 최고의 모습을 찾아"라던 엄마의 말을 되새기며 힘겨운 여정을 시작한다.

셰릴은 사막을 지나고 눈길을 헤치며, 발톱이 빠지는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94일간의 여정을 이어나간다.

국내 관객에게는 '금발이 너무해'(2001) 속 통통 튀는 매력의 '핑크 공주' 이미지로 여전히 익숙한 리즈 위더스푼은 이번 영화를 통해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셰릴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실제 셰릴 스트레이드는 촬영장에 대부분 함께 하며 리즈 위더스푼의 연기에 힘을 보탰다는 후문이다.

모하비 사막, 후드 산, 크레이터 호수의 숲 등 PCT에서 직접 촬영된 영화는 세련되거나 매끄럽지는 않지만, PCT에서 만나는 자연의 풍광처럼 투박해서 더욱 아름답다.

셰릴이 하이킹을 하며 이전의 힘든, 혹은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절망을 이겨내는 모습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음악과 어우러지며 여운이 긴 감동을 전한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장 마크 발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월 2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1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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