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마라톤 증인 신문…양보없는 신경전
재판부 ‘일정 차질’ 고민…22일 재판 계속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기부행위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1박2일’에 걸친 재판에서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법정을 나왔다.

지난 20일 청주지법 형사11부(이관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교육감의 5차 공판은 장장 16시간이 걸린 21일 새벽 1시 30분에야 끝이 났다.

검찰 측 핵심증인이자 김 교육감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충북교육발전소 엄모(43) 사무국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길어진 탓이다. 애초 이날 예정됐던 김 교육감에 대한 구형 역시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된 17명 중 12명의 증인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김 교육감에 대한 피고인신문과 검찰 구형까지 마칠 것으로 예상됐다.

재판부가 신청한 증인 중 2명만 법정에 출석, 신문이 1시간 만에 끝나며 예상대로 구형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상황은 검찰 측이 소환한 증인신문이 시작되면서 바뀌었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선 3명 가운데 엄 사무국장의 경우 검찰 측 증거자료만 A4용지 50여 페이지에 달하며 마라톤 신문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증인신문에서 엄 사무국장에게 충북교육발전소가 2013년 진행한 ‘부모님께 감사편지 쓰기’, ‘후원의 밤 행사’ 등이 김병우 당시 상임대표의 교육감 선거출마를 염두에 둔 지지세 결집과 자금 모금 목적이라는 취지의 질문을 쏟아냈다. 또 이들 행사 계획·추진과정을 김 교육감이 보고받고 지시하는 등 깊숙이 개입했다는 식으로 엄 사무국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엄 사무국장은 “김 교육감이 당시 상임대표라 일부 보고하거나 검토 받은 게 없을 수 없다”면서도 “대부분 충북교육발전소 사무국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또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행사가 아닌 교육시민단체로 순수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오후 2시 시작된 공방전은 이튿날 새벽 1시 30분까지 8시간 남짓 치열하게 진행됐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법정녹음시스템 문제로 2시간 여 동안 재판이 멈추는 일도 있었다. 재판부는 수차례 휴정에 들어가게 되자 “시간관계상 겹치는 부분은 생략해 달라”는 주문을 검찰에 보내기도 했다.

자정을 넘겨서도 검찰 측 신문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재판부는 증인신문 도중 변호인 반대신문 등 일부사항을 다음 기일로 연기했다.

양측의 치열한 공방과 방대한 자료에 재판부의 재판일정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다음 공판은 오는 22일 오후 3시 열린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은 밤 10시를 넘기지 않고, 시간이 초과하면 그 다음(27일) 기일에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 사무국장에 대한 검찰 측 신문이 21일 새벽까지 이어지며 정작 피고인 신문에 대비, 이날 하루 일정을 모두 비우고 법정에 대기했던 김 교육감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증인신문만 지켜보다 발길을 돌렸다.

법원 관계자는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더러 새벽을 넘기는 경우가 있지만, 선거법 관련 재판이 이처럼 길어진 건 전국에서도 흔치 않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앞서 김 교육감은 6.4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 자신이 대표로 있던 충북교육발전소의 ‘부모님께 감사편지쓰기’ 행사 등을 하면서 학부모와 유권자 등에게 양말을 보내고, 편지에 선거출마 의사를 밝히며 지지를 호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엄 사무국장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김 교육감은 이와 함께 지난해 2월 초 제천과 단양지역 관공서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명함을 돌린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교육감과 검찰은 모두 이에 불복, 상고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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