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선거개입 정황 충분”…결정적 증거 제시 못해
김 교육감 “충북교육발전소는 교육단체” 혐의 부인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22일 청주지법 형사합의11부(이관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병우(58) 충북교육감에 대한 6차 공판에서도 이 단체가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 개입했는지를 두고 검찰과 김 교육감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증인 신문에 이어 김 교육감을 상대로 한 피고인 신문에서도 그가 6·4 지방선거 이전 대표로 있던 충북교육발전소가 교육감 선거운동에 깊이 관여하며 '기부행위'와 '사전선거운동'을 한 정황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날 이 단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의 게시글을 추가 증거로 제시하며 김 교육감이 단체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김 교육감과 검찰 측 핵심 증인이자 김 교육감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충북교육발전소 엄모(43) 사무국장은 "충북교육발전소는 6·4 지방선거에 개입하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애초 재판부는 이날 오후 10시께 재판을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검찰과 김 교육감 공방이 치열했던 탓에 예상보다 40분 늦게 끝났다.

충북교육발전소가 김 교육감 선거운동에 개입했다는 '정황'만 있고 '결정적 증거'가 없는 상태인데다 김 교육감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쉽게 결론을 짓지 못하는 것이다.

앞서 열린 5차 공방에서도 16시간 넘게 공방이 이뤄졌으며 이 가운데 엄 국장에 대한 증인신문만 9시간 50분가량 진행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 단체가 지난 2013년 어버이날 이벤트로 학생들이 자신들의 부모에게 보내는 1천700여 통의 감사 편지에 총 2천300여 켤레의 양말을 동봉해 보낸 것을 교육감 선거를 염두에 둔 기부행위라고 규정했다.

도 김 교육감이 같은 해 추석을 전후해 519명의 회원에게 편지를 보낸 것을 두고는 사전 선거운동 행위로 판단해 김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행사 자체가 이 단체의 대표이자 교육감 선거 출마 뜻을 굳혔던 김 교육감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도 김 교육감이 충북교육발전연구소의 어버이날 이벤트의 취지와 성격, 결과 등을 직접 보고 받고, 지시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엄 사무국장에게 "추석 때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선거법에 위반되는 내용이 없는지 김 교육감과 상의했다면, 편지를 보낼 때도 검토를 받은 것 아니겠느냐"라며 "선거법을 의식한 것이며, 곧 김 교육감의 선거운동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엄 사무국장은 자신이 이 단체 홈페이지에 추석 인사 게시글을 (당시 대표였던) 김 교육감의 아이디로 올렸다고 했지만 같은 날 올라온 다른 네 개의 글은 본인이 작성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엄 국장이 임의로 김 교육감 아이디로 올렸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김 교육감이 올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엄 국장은 "추석 인사 문자메시지는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것이고, 편지는 단체 회원에게만 보낸 것이어서 (김 교육감과) 상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한가위 인사글은 제가 직접 작성했다는 기억이 나기 때문인데 어떤 근거가 더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맞섰다.

검찰 측은 김 교육감에 대한 피고인 신문에서 "충북교육발전소 정책부위원장이 김 교육감 선거공약에 대해 제안한 바 있고, 제안의 상당부분이 김 교육감의 공약과 겹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충북교육발전소 출범이 김 교육감의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며, 각종 행사도 김 교육감의 선거를 지원하기 위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육감은 "시민사회단체가 정치적 활동을 하는 단체로 오해받지 않도록 법 위반사항을 검토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교육단체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나 정당이 수용할 수 있도록 주체적으로 교육 의제를 개발해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검찰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어 "정책부위원장이 개인적 의견을 피력한 것일뿐"이라며 "교육감 후보라면 누구나 내걸 수 있는 '행복'과 '소통' 관련 공약이 정책부위원장의 의견을 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김 교육감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오전 9시 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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