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충북음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동양일보)경찰의 업무 중 폭행, 절도 이상으로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는 업무 중 하나가 가출 신고자 처리다.

가출 업무는 여성청소년과에서 주관을 하고 여성청소년과가 없는 경찰서에서는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계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가출 신고를 받은 경찰에서는 단순가출자와 납치 또는 실종 의심이 있는 가출자를 가리기 위하여 심의위원회를 개최 실종등 범죄 의심이 있는 가출자를 가려 형사과 실종 전담팀에 배당 수사를 개시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여성청소년과가 실종전담 수사팀을 형사과에서 이관 받아 접수부터 수사까지 일사천리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나 일선 2, 3급지 경찰서에서는 걱정이 많다.

첫 번째로 여성청소년과는 수사 경과자나 수사를 담당할 인적 자원이 당장 시급하다. 실종수사는 휴대폰 추적, 실종자가 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을 헤집고 다녀야하는 팀 또는 조 단위 고차원의 수사와 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동떨어져 있다. 힘들다는 이유로 수사과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청소년과에 발령받아 과연 이러한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이 충원될 수 있는지가 의심이다.

두 번째 전국 한해 평균 가출자 신고 접수가 수만건에 이를 정도이고, 음성경찰서에 한해 접수되는 가출인 접수가 평균 100여건에 이른다.

이중 성인의 10% 이상이 신고 접수된 이후 연락이 두절되거나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발견자들 대부분은 치매, 정신질환자, 단순가출자들이 경찰 또는 지인을 통해 발견되어 귀가하고 있다. 그러나 발견되지 않는 가출자는 외국에서 시집온 여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나 부부싸움중 가출한 여자들도 귀가하고 있지 않은 가출자도 일부 있다.

얼마 전 경기도 안산 상록에서 부부싸움 도중 남편이 처를 폭행하다 숨지자 자기 집 앞 텃밭에 포크레인을 이용해 묻은 후 그 위에 조경수를 심어 사체를 은폐하고 경찰에 가출신고를 하여 완전 범죄를 노렸던 살인범이 검거되었다.

누가 봐도 완전 범죄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베테랑 강력형사의 눈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대전둔산에서도 부부싸움중 처를 살해하여 장롱에 8개월을 보관하며 가출신고를 하였다가 검거되었다.

매년 접수되는 단순 가출자 중 이러한 유사 범죄에 회생된 피해자는 없을까? 수사경력 23년차인 나 또한 몸서리가 쳐진다. 과연 우리 경찰 조직에서 이러한 가출자를 찾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을 하였고, 속이 타들어가는 가족들을 위하여 주기적으로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전해주었는지? 나부터 반성한다.

경찰의 주된 업무인 강도, 절도범 검거, 폭행, 사기 사건 처리 모두가 중요하다. 또한 당연히 처리할 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산 상록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처럼 단순 가출 신고 피해자들이 과연 우리 주변에는 없을까? 아니 내가 접수받은 가출자중에는 없었을까? 접수된 가출자들을 찾기 위하여 얼마나 담당자 스스로 노력하였고 경찰력을 동원하였을까?

그래도 1급지 경찰서에서는 형사과내에 실종전담팀이 구성되어 운영되어왔고 지방청에서는 장기미제처리팀이 구성되어 범죄의심이 많은 사건에 대하여는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2, 3급지 경찰서는 어떤가. 첫째 인력이 없다. 그러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여청과에는 가출접수 담당자가 1명 있고, 수사과에는 실종담당 수사관이 1명 있다. 안산 상록과 같은 억울한 피해자를 찾아낼 수 있는 조직 구성이 되어 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여성청소년과가 확대된다고 한다. 성폭력, 가정폭력 등 4대악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경찰서에 접수되는 가출자들에 대하여 이제는 관심을 가지고 보다 더 정밀하게 확인하고 범죄의심이 있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판단 수사하여, 억울한 죽음으로 구천을 떠도는 피해자가 없게 하여야하는 게 여성청소년과 확대 운영의 첫걸음이 되었음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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