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집 ‘달팽이의 외출’, ‘예일대 친구’ 등을 발간한 박순철(66·사진)씨의 첫 콩트집 ‘소갈씨’가 나왔다.
책은 ‘백담사의 미소’, ‘별들의 욕망’, ‘허달씨’, ‘도와줄게’, ‘소갈씨’ 등 5부로 나누어 39편의 콩트를 담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각종 사보와 지역 일간지 등에 실렸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성공한 사업가로 알고 있던 고향 친구가 알고 보니 희대의 사기꾼이었다는 ‘도와줄게’는 특히 반전의 묘미가 살아있는 작품. ‘뛰는 언니 나는 오빠’에서는 타인의 친절을 그대로 신용할 수 없는 비루한 현대인의 삶이 그려져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이외에도 인생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짧은 글 속에 해학과 풍자를 담아낸 콩트들을 만날 수 있다.
제목 ‘소갈씨’는 ‘불친절과 친절’, ‘소갈씨’, ‘뛰는 언니 나는 오빠’ 등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산전수전 다 겪’은 노년의 남성은 마치 저자의 자화상처럼 보인다.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마치 우리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듯 친숙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유쾌한 위트에 웃음 짓다가도, 그 안에 비치는 서글픈 현실이 느껴져 가슴을 짠하게 하기도 한다.
박씨는 “용이 되고 싶었다. 오르지 못할 높은 곳을 향해 몇 번이나 뛰어오르려 애썼는지 모른다”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이무기가 토한 부산물을 주워 모았다.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도 있지만, 그대로 엮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1949년 충북 괴산 출생으로 1990년 동양문학 신인상 수상한 뒤 1994년 월간 ‘수필문학’으로 재등단했다. 수필문학충북작가 회장, 충북수필문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출판. 226쪽. 1만2000원.
<조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