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각이 거의 없는 둥그스름한 디자인에 앙증맞은 체구, 파스텔톤의 산뜻한 색상….

이탈리아어로 숫자 500을 의미하는 친퀘첸토는 1957년 탄생 이래 시대를 초월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유서깊은 차다.

1975년 단종된 뒤 탄생 50주년인 2007년 다시 돌아온 이 차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을 사로잡으며 2008년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유럽 시장에서 BMW 그룹의 미니, 폴크스바겐의 비틀과 함께 소형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친퀘첸토는 국내에서는 출시 첫 해인 2013년 420대 팔리는 데 그치며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올렸다. 1990년대 한보그룹을 통해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철수한 피아트는 한국에 재진출하며 친퀘첸토를 주력 모델로 선보였으나 판매가를 너무 높게 책정한 탓에 쓴맛을 볼 수밖에 없었다.

2013년 여름부터 판매가를 최대 500만원 내리는 등 가격을 조정한 뒤로는 판매가 점차 늘어 지난해 친퀘첸토 판매량은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960대로 뛰었다.

작년 연말 편의사양을 개선하고, 가격을 더 낮춰 내놓은 친퀘첸토 컬러 리미티드 에디션을 앞세워 지난달에도 판매가 약 40% 신장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컬러 리미티드 에디션의 상위 차급인 친퀘첸토 컬러 플러스(2천390만원) 상아색을 몰고 최근 서울 시내 곳곳을 200㎞가량 달려봤다.

주차장에서 인도받은 이 차는 확실히 흰색, 검은색, 은색 등 무채색이 대세인 주변의 다른 차량 틈에서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감만으로도 톡톡 튀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차에 타자 갈색과 베이지색 투톤으로 처리된 산뜻한 시트, 아날로그 감성의 오디오 시스템과 함께 운전석 오른편과 조수석 왼편에 자리잡은 가죽 팔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팔걸이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주행해보니 정차시 팔걸이에 손을 걸칠 수 있고, 조수석 동승자와 공간을 확실히 분리하는 효과도 있어 생각보다 편리했다.

바퀴 사이의 공간을 넓혔다는 제작사측 설명처럼 실내 공간도 보기보다 좁지 않았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실제로 체구가 큰 젊은 남성 운전자들도 디자인에 매료돼 이 차를 심심치 않게 선택한다.

이 차의 진가는 역시 본격적인 주행과 주차 때 확실히 드러났다.

이를테면 일반 차량으로는 도저히 우회전 각도가 나오지 않는 도로를 늘어선 차량 틈으로 빠져나갈 때, 주차장에 공간이 없어 빙빙 돌던 순간 앞선 중형차가 낑낑대다 결국 포기한 기둥이 있는 칸에 유유히 주차하고 나올 때 등이다.

1.4ℓ 16V 멀티에어 엔진과 전자제어식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102마력, 최대토크 12.8㎏·m의 힘을 내 고속도로에서 추월을 위해 가속해야 하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행 중 답답한 느낌도 거의 없었다.

뒷문이 없는 2도어에, 트렁크가 작아 패밀리카로 쓰기엔 무리가 있으나 독특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차별화된 기분을 느끼며 도심 출퇴근용 세컨카로 쓰기에 손색이 없을 듯 싶었다.

나흘간 시내를 주행한 뒤 확인한 복합 연비는 11.5㎞/ℓ로 공인 연비 11.8㎞/ℓ에는 약간 못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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