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릿쿄대에서 윤동주 70주기 추도 예배

(동양일보)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22일 오후, 시인 윤동주(1917∼1945)가 생전 8개월가량 다녔던 도쿄 릿쿄(立敎)대의 예배당에서 진행된 윤 시인 70주기 추도 예배의 마지막 순서. 진행을 맡은 김대원 신부는 성 프란시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읊었다.

흔히들 '저항시인'으로 각인된 윤동주이지만 김 신부는 이날 모인 400여 참석자들에게 윤 시인의 삶과 시가 던지는 평화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스물여덟 꽃다운 나이에 일본 제국주의에 짓밟힌 비극적인 삶,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노래했던 그의 시가 남긴 메시지는 바로 '평화의 소중함'이라는 것이다.

김 신부는 "여러 곳에서 70주기 기념행사가 열리지만 윤동주가 시를 통해 추구한 인간의 존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의 가치, 참다운 인생 등을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윤동주를 기억하는 우리가 한일을 포함한 동아시아, 그리고 분열과 분쟁이 있는 지역에 평화가 실현되도록 하는 도구로 쓰이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햇비', '풍경', '십자가', '참회록' '쉽게 씌어진 시' 등 윤 시인의 시를 대표 낭독자들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번갈아 가며 읽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대표작 서시는 좌중이 함께 낭독했다.

또 '서시'와 '새로운 길'에 곡을 붙인 노래도 울려 퍼졌다.

참석자인 구주 노리코(九重能利子)씨는 "윤동주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시를 통해 새로운 세상, 생명의 존엄을 믿고 기도했다"고 평가한 뒤 "그는 죽었지만 그의 메시지는 살아 있으니 우리는 그의 메시지로부터 배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과거 잘못을 응시하지 않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시되는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한일 양국) 시민간의 진정한 평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연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부연했다.

이날 추도 예배는 윤동주 연구자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의 모임'이 주최했다.

윤 시인은 1942년 2월 일본으로 건너가 릿쿄대 영문과에 입학한 뒤 그해 10월 교토(京都)의 도시샤(同志社)대학으로 옮겼다. 릿쿄대에 재학하는 동안 '쉽게 씌어진 시' 등을 썼다.

이와 함께, 릿쿄대 캠퍼스 안에 있는 릿쿄학원전시관에서는 25일까지 윤 시인의 유고, 유품, 사진 등의 전시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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