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어진 청주 죽림초 6년


신어진 청주 죽림초 6년

22회 ‘동양일보 만물박사 선발대회에서’에서 최고점으로 만물박사(대상)에 선발된 청주 죽림초 신어진(13)군이 베트남 후에 지역의 후엉호아 월드비전 지역개발 사업장을 다녀왔다. 동양일보는 만물박사 선발대회 특전으로 지난 2월 9~13일 베트남 월드비전 사업장을 방문한 신 군의 방문 수기를 싣는다.<편집자>

 

● 방문 첫날

비행기를 타고 오길 장장 6시간, 기내식으로 매콤한 닭갈비를 먹고, 하노이를 거쳐 후에에 도착했다. “드디어 내가 베트남에 왔구나”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하지만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어둑어둑해졌고, 우리는 후에 헤리티지 호텔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는 순간, 소름끼치는 냉기와 함께, 삐거덕거리는 낡은 문소리, 귀신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커튼과 옷장이 눈에 들어왔다. 무서워서 결국 같은 방을 쓰는 월드비전 간사님께 불을 켜 달라고 부탁했다. 내일 후엉호아에 갈 것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후엉 펑 초등학교·가정 방문

버스를 타고 3시간 후, 후엉호아 타이닌 호텔에 도착하였다. 점심식사로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고기는 큼직하게 썰려있고, 선지 한 덩이가 들어 있었다. 고기의 향이 너무 이상했지만 맛은 좋았다.

점심을 먹고 후엉 펑 초등학교에 갔다. 아이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들어갔다. 한 아이는 한복과 갓을 쓰고 있었다.

그곳 아이들이 정성껏 준비한 공연을 감상하고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고 왔다. 그 다음에는 한 초등학교에 가서 괭이 비슷한 걸로 잔디를 베었다. 팔의 힘이 빠지고 온몸이 뻐근했다.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였다. 풀을 겨우겨우 다 베고 나서 소 등을 비롯한 여러 가축을 키우는 집에 갔다. 우리나라의 황소처럼 생긴 소가 2마리가 있었고, 송아지도 2마리가 있었다. 커다란 검은 소도 있었는데 뿔이 날카롭고 물소처럼 생겼다. 그 집에서는 개와 닭, 돼지도 키우고 있었다. 아이가 10명쯤 되는데도 동물의 아기가 훨씬 더 많았다. 아마도 그 많은 동물들 덕분에 아이들이 조금은 여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였다. 힘들고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보람찬 하루였다.

● 한국과 비슷한 풍습 신기해

호텔에서 아침으로 치킨과 갈비찜이 나왔다. 맛있게 먹고서는 버스를 타고 한 마을에 도착했다. 한 시간 정도 걸어서 초등학교에 가야 한다고 하였다. 말만 들어서는 별로 길지 않게 느껴졌지만, 계속 걷다 보니 목이 타고, 다리의 힘이 빠졌다. 그 때 앞에서 한 건물이 보였다. 사 루엉 초등학교의 분교였다. 시설도 많이 빈약하고 아이들도 별로 없었다. 깊숙한 산 속에도 이렇게 마을과 초등학교가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였다. 옆에는 커피 농장이 있었는데 이곳 마을의 주 수입원이라고 했다.

커피 농장에서 낫으로 커피나무 곁의 잡초를 베었다. 옆에 큰 나무가 있었는데 단풍나무와 잎이 비슷하지만 잎이 더 컸다. 중학교 형과 낫으로 몇 번 쳤더니 나무가 쓰러졌다.

그 다음은 후엉 딴 초등학교에 갔다. 영훈국제중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수업 중 나는 딱지치기 수업을 했다. 많은 아이들이 영어를 조금씩은 할 줄 알았다. 그런데도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딱지치기 수업은 대부분 손짓과 몸짓으로 진행하였다. 보이는 아이들마다 베트남어로 반갑게 인사했더니 더욱더 친해질 수 있었다. 월드비전 건물도 방문했는데, 그 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축제를 하고 있었다.

수업했던 초등학교의 아이들도 모두 와 있었고 특별한 의식도 했다. 먼저 통나무를 쌓아 놓고 불을 피웠다. 그리고 그 주위를 강강술래처럼 돌았다. 불이 뜨거웠지만 우리 모두가 한 공동체가 된 순간이었다. 베트남 사람들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풍습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마치 우리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후에 헤리티지’ 왕실 생활

3일 동안 정들었던 후엉호아를 떠나서 후에로 갔다. 후에에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데, 1일차에 갔던 호텔의 이름인 ‘후에 헤리티지’이다.

옛날 베트남 왕들이 살았던 왕궁인데, 중국의 자금성과 비슷하게 만들어져있었다.

하지만 훨씬 더 작았으며, 무너지고 파괴된 건축물이 많았다. 그래도 베트남 사람들의 왕실 생활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헤리티지에서 가까운 곳에 유명한 베트남 식당이 있었다.

정통 베트남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곳인데, 개구리 뒷다리, 홍어처럼 삭힌 음식도 있어서 거의 못 먹었다.

다시 첫날처럼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로 갔다. 그리고 게이트에 도착해 있었는데 갑자기 “항공기가 2시간 지연되었습니다.” 라는 방송이 나왔다. 2시간을 겨우겨우 기다리다 보니 또다시 30분이 지연되었다는 방송이 나왔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항공사에 항의하러 갔다. 그렇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귀국하였다.

힘들고 고된 여정이었지만 베트남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가치 있는 경험으로 자리 잡을 것이며, 또 다른 미지의 세계를 갈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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