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국내개봉을 앞둔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흥행에도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며 훨훨 날아오른 '버드맨', 남우조연상 등 3개 트로피를 가져가며 선전한 '위플래쉬',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줄리앤 무어에게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 준 '스틸 앨리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87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화제가 된 영화들이지만 대다수 국내 관객에게는 아직 낯선 제목일 듯하다. '버드맨' 등 수상작 일부는 아직 국내에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카데미 수상작의 국내 흥행 여부는 어떨까.

영국 드라마 '셜록'으로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한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이미테이션 게임'(각색상)은 이미 지난 17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며 누적관객수 1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미술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웨스 앤더스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작년 개봉해 77만명을 동원했다.

하지만 아카데미 수상작과 국내 흥행 성적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2004년 작품상 등 후보에 오른 11개 부문을 모두 석권하며 역대 아카데미 최다 부문 수상 기록을 보유한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596만)을 비롯한 일부 작품을 제외하면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의 국내 성적은 사실상 굴욕에 가깝다.

작년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감독에게 작품상을 안겨 화제가 된 '노예 12년'은 국내 누적관객수가 49만명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상당히 인지도가 있는 벤 에플렉이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영화 '아르고'도 2013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3관왕을 차지했지만 국내 성적(14만)은 초라했다.

2011년 작품상 수상작인 '킹스 스피치'가 80만명을 동원하며 나름 선전하기는 했지만 '아티스트'(2012·12만)와 '허트 로커'(2010·17만) 등 최근 5년 이내 작품상 수상작 중 100만명을 넘은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아카데미에서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는 데 그친 것도 흥행과 아카데미 수상의 무관함을 방증한다.

이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미국 언론에서도 시상식 이후 "결국 영화 관객만 무시당했다"며 흥행 성공작과 아카데미 수상작 간 불일치가 극심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실제로 이런 점을 반영하듯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시청률은 2009년 이후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단 현재까지 '버드맨'을 비롯해 개봉을 앞둔 아카데미 수상작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슈퍼 히어로 '버드맨'으로 톱스타에 올랐지만 지금은 퇴물이 된 할리우드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의 브로드웨이 도전기를 그린 영화 '버드맨'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블랙 코미디다.

'버드맨' 홍보를 맡은 이가영화사 지혜윤 실장은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작품성도 있지만 소재 자체가 너무 동떨어졌다기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공과 실패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는 재미없다'는 공식과는 거리가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지 실장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을 봐도 요즘 예술 영화에 대해 호의적인 관객도 많이 생긴데다 이런 영화에 대한 재관람율이 높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천재 재즈 드러머를 꿈꾸는 학생과 최고의 실력자이자 폭군 선생의 대결을 그린 '위플래쉬'는 신들린 드럼 연주와 심장이 터질 듯 몰아치는 두 주인공의 광기로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음악 영화다.

최근 열린 '위플래쉬' 언론·배급 시사회에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상영 후 박수갈채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미 선댄스영화제, 도빌영화제, 캘거리국제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도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함께 관객상을 휩쓴 바 있다.

'버드맨'은 다음 달 5일부터, '위플래쉬'는 다음 달 12일부터 각각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줄리앤 무어가 알츠하이머를 앓는 여교수로 분한 '스틸 앨리스'는 아직 구체적인 국내 개봉 일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5월께 개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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