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신 화가’를 만나다

▲ 김영신.

(동양일보·김재옥/사진·김수연 기자)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예술 활동을 벌이는 김영신(67) 화가. 그가 최근 대한민국 미술대전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며 왕성한 예술 활동과 나이는 별개임을 증명하고 있다.

학창시절, 쉬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전국미술대회에 입상할 정도로 그림그리기에 소질이 있었던 소년이 중년의 나이에 다시 붓을 잡았다.

젊은 나이에 고향을 떠났던 사람이 결국 고향을 찾는 것처럼, 그는 자연스럽게 그림과 만났다.

그는 그림이 고향 같다고 했다. 때문에 단체급식에 수산물 납품을 하는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그림을 잊은 적이 없고, 여유가 될 때마다 그림을 구매했다. 당장에 그림그리기를 시작할 수는 없었지만, 늘 그리운 고향 같은 그림을 가까이 하기 위해서였다.

그림 그리는 것은 언제나 저의 꿈이었습니다. ·고교시절에는 전국 규모 미술대회에 입상할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었는데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화가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그 꿈을 쫓으며 사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김씨가 다시 붓을 잡게 된 것은 부인 황정옥(63)씨 덕분이었다. 남편의 물건을 정리하다 학창시절 미술대회에서 받은 수많은 상을 보고 부인은 그에게 평생교육원 미술 강좌 수강을 권했고, 그는 고향 가는 열차표를 받아 든 것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붓을 잡았다.

그 때가 그의 나이 52세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붓을 잡았는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막상 붓을 잡고 보니 얼마나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잠이 안 올 정도였다니까요. 그림 그릴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이젤 짊어지고 매일 산성에 가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잠이 안 올 정도였지만, 50대 초반의 가장이었던 그는 또다시 11년 붓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12년부터 절대 그만두지 않을 각오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타고난 재능에 밥을 잊은 노력은 여러 공모전 수상자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 미술대전과 충청북도 미술대전, 금강미술대전에서 각각 2차례 입선하고, 자연환경 미술대전과 KBS스케치전에서도 상을 받았다.

공모전 수상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제 그림이 남들에게 인정받는 다고 생각하면 기쁘고 감사합니다. 그림 그리는 가장에게 가장 큰 응원을 보내는 가족들에게 보답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도 충북도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번 공모전을 끝으로 이젠 제 색이 분명한 그림을 그릴 겁니다.”

자연을 닮은 김영신 화가의 그림은 따뜻하다. 색을 과하지 않게 입히고, 그림 소재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그린다. 무엇보다 자신의 그림을 통해 보는 사람들이 평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는다. 그가 그림을 통해 위로받았던 것처럼.

최근 96세까지 붓을 놓지 않는 최고령 화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평생 그림을 친구 삼아 그림과 함께 나이 드는 것이 꿈입니다. 그 안에 깊이와 진정성을 담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요.”

김 화가는 1949년 청주출생으로 충북대 로스쿨과 청주중, 성암요양병원에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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