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호(청주흥덕경찰서장 경무관)

박세호(청주흥덕경찰서장 경무관)

지난 연말 경무관으로 승진하고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경무관을 서장으로 두는 청주흥덕경찰서장으로 취임하였다.
어느덧 두 달여가 훌쩍 지났는데,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치안수요 만큼이나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부임하자마자 경찰서 각 부서별로 업무보고를 받고, 소속 지구대·파출소는 직접 찾아가 직원들과 대면하고 실정에 맞는 치안시책을 발굴·추진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명 ‘크림빵 사건’으로 밤잠 거르던 시기도 있었는데 취임식 당일 밝혔던 ‘흥덕치안 최고 책임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과 사명감’으로 순간순간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취임식 때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취임 당일 필자는 전 직원들에게 두 개의 질문 아닌 질문을 던졌다.
이는 윤철규 충북지방경찰청장께서 취임식 때 말씀 하셨던 것으로 ‘아, 바로 저것을 현장에 가져가야겠구나’라고 무릎을 쳤던 두 가지 덕목이었다.
통상 취임 석상에서는 ‘…해주시오.’ 또는 ‘…하기 바랍니다.’ 정도의 지시나 당부가 따르겠으나, 간혹 아주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고 같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보다 적절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내 부모, 내 형제였다면 그렇게 했겠는가?”라고 물었다.
신속히 현장을 출동하여 범인을 검거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해진 시대에서,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사는 우리 경찰의 생존 전략으로서 범죄 피해자 등 민원인을 내 부모, 내 형제처럼 모시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것이다.
첩경은 한 번 더 찾아가고, 한 번 더 들어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부디 일 잘하고도 2%의 아쉬움을 남기지 않길 바란다.
두 번째 질문은, “내 일이었다면 그렇게 했겠는가.”였다.
중국 당대(唐代) 고승인 임제선사께서 남기신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 어디 어느 곳에 있던지 제3자가 아닌 주인과 같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살라)’이라는 말씀에서 차용한 것으로, 쉽게 말해 ‘매사를 내 일처럼 해 달라’는 의미다.
남 일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피곤하겠으며, 내 일이라 생각하면 그 얼마나 즐겁고 뿌듯하겠는가. 이처럼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노하우가 착착 쌓이는 즐거움 또한 느끼게 될 것이다.
지난 해 정조 암살과 관련한 ‘역린’이라는 영화에는 중용 23장을 인용하여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급증하는 치안수요 등 경찰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다. 그렇더라도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정성에 감복하여 그 모든 어려움들이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정답을 가까이에서 찾아주는 ‘흥덕인’이 돼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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