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예고 학생들, 시집 ‘너는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다’ 발간

열일곱. 딱 그만큼의 마음만으로 충분히 시인인 아이들이 시집을 냈다.
다소 특별한 사연을 지닌 시집 ‘너는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다’가 그것. 충북예고(교장 차갑종) 1학년(지난해 기준) 학생들이 쓴 시를 국어교사인 정진명 시인이 엮었다. 학생 103명이 쓴 시 151편이 실려 있다.
정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행평가 숙제를 시로 내고 인터넷 카페 ‘머털도사의 즐거운 교실, 시문관(http://cafe.daum.net/dosanym)’에 올리게 했다. 학생들의 공책에 쓰인 시들이 모두 버려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만든 공간이었다. 그리고 시가 쌓이자 시집으로의 발간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그는 지난 2009년에도 보은 회인중 학생들의 합동시집 ‘내 어깨로 날아든 파랑새(고두미출판사)’를 발간한 바 있다.
정 교사는 “학생들의 참신한 작품을 읽으며 타성에 젖은 한국의 시인들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슬그머니 들이밀고 싶은 고약한 마음이 일었다”며 “원고 정리가 절반을 넘어서자 합동시집을 내는 일은 반드시, 꼭, 기어코 해야만 할 일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은 사춘기를 막 빠져나온 학생들의 눈에 비친 세상 풍경을 담은 1부 ‘마음의 숲’,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생활과 생각을 담은 2부 ‘예원동산’, 학교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환을 표현한 3부 ‘미운 정 고운 정’ 등으로 나뉜다.
‘나는 너를 기다린다/오지 않는 너를 기다린다//왔다 간 너를 기다린다/지금도 여전히 기다린다//다음은 점심시간이거든. (허인정 시 ‘종소리’)’
정 교사에게 ‘30여 년 전 별 볼 일 없는 잡지로 얻은 시인이라는 이름을 슬그머니 내려’ 놓게 하고 싶을 정도로 학생들의 시는 번뜩이는 재기와 참신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제 나이에 짊어지기 힘든 삶의 무게에 지쳐 허덕이는 모습도, 구르는 가랑잎에도 까르르 웃는 밝고 맑은 모습도 시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시인임을 시집은 보여 준다.
시집 뒤편에는 정 교사가 시집을 발간하기까지의 과정과 학생들의 시를 전반적으로 평한 해설 ‘마음의 숲을 노래하다’도 담겼다. 이번 시집은 ‘새로운 감성과 지성’ 시리즈 7편으로 발간됐다.
정 교사는 “이 합동 시집은 ‘새로운 감성과 지성’이라는 머리말이 붙어있다. 이 시리즈는 우리 시의 새로운 흐름을 열 수 있는 좋은 시들을 모아 해마다 내는 사화집”이라며 “이 기획에 충북예고 학생들의 시를 초청한 것은 그들의 시가 문단의 무기력을 깨울 청량음료가 충분히 될 수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도서출판 고두미. 194쪽. 8000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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