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씨, 시집 '노년을 위하여', 수필집 '아름다운 날들' 발간

‘거북이는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해변의 모래에 모래 둥지를 만들고 거기에 알을 낳는다. 약 2개월 후에 부화한 새끼들이 바다로 가는데 도중에 적의 공격을 받으므로 살아서 바다로 돌아갈 확률은 아주 낮다고 한다. 그래도 살아남은 어린 거북은 출렁이는 바다로 들어간다. 한 번도 본 적 없고 경험한 적 없는 바다를 향해 본능으로 기어가는 것이다. 나도 어린 거북처럼 출렁이는 시인들의 바다를 향해 출렁이는 본능으로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시인의 말’ 중에서)’
16회 지용신인문학상 수상자인 이기호(67·사진) 시인이 최근 시집 ‘노년을 위하여’를 발간했다. 5년 전 62세의 나이에 지용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그는 자신과 같은 세대들을 위해 노년의 노래를 부른다.
“시인이란 또는 작가란 들녘의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거미줄, 그 위 이슬이나 먹고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던 이 시인. “막상 그 무겁고도 두려운 관을 쓰려니 겁이 난다”며 조심스레 첫 시집 발간의 소회를 밝힌다.
이번 시집에는 ‘차분한 관찰과 치밀한 어사 선택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지용신인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긴 시 ‘오늘은 맑음’ 등 67편의 시가 담겼다.
삶이 고단할 때면 그의 마음은 어느새 어린 시절 고향으로 닿곤 한다. 그 유년의 시간들과 그리움의 과정들을 그대로 시로 담았다. ‘가생이(가장자리)’, ‘지랑(간장)’, ‘산내끼(새끼)’ 등 시인이 어린 시절 흔히 들어왔던 걸쭉하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들도 고스란히 시가 됐다. ‘노년을 위하여’, ‘TV와 아버지’, ‘기계치 나이치’ 등의 시를 통해 세상의 중심에서 점차 멀어져 가는 나이든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실 그는 시 보다 먼저 수필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문예사계에 수필 당선, 1995년 ‘에세이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수필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첫 시집 발간과 함께 첫 수필집 ‘아름다운 날들’도 내놓았다. 긴 인고의 시간으로 점철됐던 시집살이 23년, 늦깎이 대학생으로 살았던 대학생활 4년, 돌아보면 아득하고 그립기만 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49편의 글로 담겼다. 모진 시집살이도 ‘축복’이었다 말하는 천생이 긍정적인 이 시인. 그래서 지나 온 모든 세월은 그에게 ‘아름다운 날들’이다.
이기호씨는 충남 홍성 광천 출생으로 2회 천강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 2회 중봉조헌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숙대문인회 회원, 정형시학 회원, 그레이스 수필 문우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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