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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국사암 해정스님
옥천 국사암 해정스님
  • 김묘순 기자
  • 승인 2015.03.18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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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할아버지 유언 따라 선행 베풀어
10년 동안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독립운동가인 할아버지의 유언을 지키며 반생을 살아가고 있는 스님이 있다.

한국불교 태고종 국사암(충북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 317-5)의 해정(50·☏010-8804-2461) 스님은 불교의 가르침인 ‘자비(慈悲)’를 실천하며 선행을 베푼다.

“국가에 충성하고 어려운 사람 도우라고 했거든요. (할아버지와 아버지)사진 걸어놓고 항상 반성하며 삽니다. 어른공경, 예의바름, 충성 이것 3가지는 지키고 살아야 됩니다.”

해정 스님이 기거하고 있는 국사암은 번듯한 절이 아닌 ‘움막’에 가깝다. 스님 방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 대명리에서 아버지 공영규씨와 어머니 이옥길씨의 3남 3녀 중 둘째로 자란 해정 스님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난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에게 수난의 길을 선물한 할아버지 공소성이 독립운동가의 일원인 독립자금책이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회상한다.

“4남 중 장남으로 태어난 할아버지는 논산의 그 많던 땅을 팔아서 독립자금을 대어줬죠. 그런 연유로 작은할아버지 두 분은 중국에서 돌아가셨어요. 마을에 거주하는 일본 앞잡이에게 설움과 고초도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심했답니다. 그때부터 가세가 기울어 고생 많았죠.”

그는 가뜩이나 가정형편도 어려운데 대전역, 논산역에서 거지들 데려다 씻기고 밥 먹이다 24살에 집에서 쫓겨나 30살에 행자승이 됐다. 하지만 형이 일찍 죽자 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집으로 붙들려갔다.

그러나 100만원 월급 받아 70만원을 불우이웃돕기에 써버리니 여전히 사회생활은 그에게 돗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씌워 놓은 것 같았다. 해정 스님은 다시 집을 탈출해 자해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

그는 1997년 옥천에 와서 국사암을 열고 본격적인 불우이웃돕기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누구를 돕는 것마저 쑥스러웠던 그는 부활원, 영생원, 행복한 집 등에 쌀과 과일 등을 몰래 가져다 놓고 그냥 내달려왔다. 그래서 이 날개 없는 천사를 찾느라 한때 야단법석이 나기도 했었다.

군북면 20가구 결손 가정에 손수 짜장면을 만들어 대접하고 독거노인, 새터민,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다. 그들을 위한 위로잔치도 10년째 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가 모은 동전과 불전함에 모아진 동전을 자루에 넣어 농협으로 지고 가 세어봤더니 200만원을 웃돌았다. 이 돈으로 쌀을 사 떡국 떡을 만들어 불우이웃에게 전달했다.

독거노인 도시락도 10가구에 10년 동안 꾸준히 소형차를 타고 배달하는 괴짜 스님이다. 오히려 좋은 차 좋은 옷이 거추장스럽단다. 한겨울에도 국사암 토방에는 털신대신 검정고무신이 놓여있다. 승복도 한 벌이면 된다고 신도들에게 낭비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겨울에 스님 방은 코가 시려 앉아있기 어려울 정도다. 자신을 위해서는 뭐든지 아껴야 직성이 풀린다.

남면에 사는 독거노인은 연탄 300장을 가져다주면 아끼느라 불을 피우지 않는단다. 그래서 1000장을 가져다주니 그때서야 불을 피워 뜨끈뜨끈하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구건리와 이평리는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음지라 도로사정이 좋지 않다. 이곳은 눈만 오면 차가 미끄러져 김치와 반찬 등을 손수레에 옮겨 실어 날라야 한단다. 그렇게 가지고 온 물품을 몰래 놓고 도망칠 때가 행복하고 그리워진단다.

간혹 ‘김치는 매워서 싫다’, ‘떡국 먹고 싶다’, ‘이번 주는 왜 안 가져오느냐’고 전화를 하며 기다리는 독거노인과 불우 이웃들이 있어 해정 스님은 더 신난다. 스님을 필요로 하는 손길이 많다는 것은 삶의 활력소요, 행복의 첫째 조건이기 때문이다.

스님은 4년 전부터 고엽제전우회를 돕고 있다. 신도들 헌금의 60%를 고엽제전우회를 돕는데 쓴다. 지난해에는 현금 600만원과 보훈의 달 위로 잔치에 150만원을 기부했고, 설·추석 등 연중 특별한 날에 떡과 라면 등의 생필품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렇게 불우이웃을 돕는 동안 오해가 생겼다.

김동연 신도회장은 “신도가 1000여명에 이르는데 사찰 건립하라고 헌금내면 돈은 없어지고 사찰은 마냥 움막이니 신도들이 폭동을 일으켰죠. 도대체 사찰 건립할 헌금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죠. 스님이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하시는 지도 모르고 의혹만 눈덩이처럼 불어났죠. 그래서 지금은 영수증 처리를 해서 신도들에게 공개 합니다”고 말했다.

신도들이 해정 스님을 이해하면서 불우이웃돕기에 합세했다. 함께 김장도 담그고 배달도 돕는다. 신도들 중에 연예인과 국악인 등 예술인들이 있어 다양한 공연을 펼치기도 쉽다.

이렇게 혼자일 때는 불가능한 일들이 신도들이 불만 없이 해정 스님을 따르기 시작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글·사진/김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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