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세 서원구 모충동 주무관

 

지난해 10월부터 나는 청주시의 한 주민센터에 임용되었고 어느덧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나는 주민센터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민원업무를 맡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주민센터의 민원업무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보니 얼굴 붉힐 일도 많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받을 거라는 조언을 많이 들어 굳은 각오를 다지고 나의 첫 직장 일을 시작했다.

굳게 마음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원업무는 역시 생각보다 쉬운 업무가 아니었다. 원칙에 맞추어 민원인에게 민원 해결에 필요한 조건들을 정확히 전달해 드림에도 왜 이렇게 까다롭냐며 언성을 높이시는 분들도 있었고 방문 민원인들이 많아 대기시간이 지체될 때에는 일처리가 너무 늦는다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물론 나의 실수로 민원인분들이 불쾌하시면 사과를 드리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에 화를 내시면 도리어 나도 화가 나고 인상이 굳어지며 상냥하지 못할 때가 있다. 특히 심한 욕설을 들을 때는 자존심까지 무너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 힘이 되어 준 것은 주민센터 동료 직원들의 도움이었다. 동료들은 민원 업무 요령뿐만 아니라 격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로 긴장하거나 흥분한 내 마음을 풀어주셨다. 덕분에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민원인분들과 얼굴 붉힐 상황이 있더라도 금방 마음을 추스르고 다음 민원인에게 다시 상냥하게 대할 수 있었다. 가족 같은 분위기가 없었더라면 나는 더욱 움츠러들고 민원인들에게 안 좋은 모습만 보였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취직한 친구들과 요즘 술자리를 갖게 되면 업무는 힘들어도 좋은 동료들 덕분에 할 만하다고 하는 친구들과 반면 업무는 자신의 적성에 잘 맞음에도 불구하고 동료들과의 이기심에 이직을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게 된다.

나의 경험과 친구들의 고민들을 비교해 보면 회사 내에 일에 대한 적성이나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게 된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직급이나 나이같은 권위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명령이 아닌 설득과 조언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동료애’가 직장내의 인간관계에 필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 자주 회자되는 사건들은 이런 ‘동료애’의 부재에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땅콩 회항 사건이 부하직원을 ‘을’이 아닌 ‘동료’로 생각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군부대에서 일어나는 구타 사망 사건 역시 전우를 단순한 ‘부하’가 아닌 자신의 ‘동료’라고 생각 했다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동료애’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소통’일 것이다.

동장님은 항상 ‘잡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기에서의 잡담은 업무의 방해요소가 아니라 업무의 활력소로서의 잡담을 의미한다.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서로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보기도 하고 자신의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는 것뿐만 아니라 우스갯소리도 나누며 잡담을 자주 나누는 것이 직장 분위기를 띄우고 업무에도 능률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잡담의 중요성은 비단 주민센터에서만의 사항이 아닐 것이다. 앞서 말한 직장 내외의 갑을 논란의 해결을 위한 소통방법도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이런 사소한 ‘잡담’에서 점차 해결될 것이다. 요즘은 통신기술의 발달로 휴대폰을 통한 잡담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의 잡담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얼굴표정을 보며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인간적인 잡담이 더욱 중요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직장인 분들이 있다면 오늘 휴식시간 때 사이가 어색했던 동료와 커피 한잔을 하며 잡담을 나누길 바란다. 작은 잡담이 직장생활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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