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UPDATED. 2018-11-17 17:08 (토)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26. 누란지위(累卵之危)와 금란지교(金蘭之交)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26. 누란지위(累卵之危)와 금란지교(金蘭之交)
  • 동양일보
  • 승인 2015.04.13 2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날 외아들을 둔 아버지가 있었다. 아들은 사시사철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아버지는 백아절현伯牙絶絃이란 고사(춘추시대 거문고 켜는 백아가 자신의 거문고 켜는 솜씨를 제대로 알아주던 친구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의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를 하지 않았다는 옛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런 친구 있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어느 이슥한 밤 아버지는 뒤뜰로 나갔다. 거기에는 거적에 덮인 죽은 돼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지게 하였다. 그리고는 아들 친구들에게 가 보자고 하였다. 아들은 아버지의 의중을 헤아리고 거적을 지게에 지고 친한 친구를 찾았다. “늦은 시간에 미안하네. 내가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말았지 뭔가. 어떻게 좀 도와줄 수 없겠나?” 친구는 냉정한 어투로 말했다. “사람을 죽였으면 마땅히 관가로 가야 하지 않겠나?” 친구는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아들은 지게를 지고 다른 친구를 찾아갔다. 그 친구도 냉정하게 거절하였다. 그 뒤 다른 친구들도 똑같이 거절하였다. 
아버지가 말했다. “내게 단 한 명의 친구가 있느니라.” 아들과 함께 친구 집에 당도하였다. 아버지의 친구는 아버지와 아들을 대문 안 쪽으로 황급히 끌어 들였다. 그리고 지게를  짊어지더니 헛간으로 가서 은폐시켰다. 친구와 아들을 사랑채로 안내했다. 손수 나가서 술과 안주가 들고 왔다. “많이 놀란 것 같으이. 우선 약주라도 한 모금 하시게.” 아들에게도 한 잔을 권했다. “내가 황망 중에 큰 일을 저질렀네. 생각나는 사람이라고는 자네뿐이라 찾아오긴 했네만, 아무래도 관가로 가야 할 듯싶네.” 아버지의 친구는 그런 아버지를 만류하며, “가기는 어딜 간다는 말인가.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 둘이 고민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친구 앞에 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정말이지 자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말았네.” 하고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소상히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의 친구는 “여보게, 그간 자네가 나를 친구로 생각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군. 자네 자식이 내 자식일세. 우리의 자식을 깨우쳐 주고자 한 일인데 어찌 죄를 운운하는가.” 아버지의 친구는 껄껄 웃으며 하인을 불렀다. “지금 헛간으로 가면, 커다란 돼지가 한 마리 있을 것이다. 밤은 깊었지만 잔치를 벌이자.” 
이 이야기는 아들에게 금란지교 같은 친구 관계를 맺으라는 아버지의 교훈이 담긴 예화이다. 누란지위는(累卵之危)는 알을 포개놓아 깨지기 쉬운 친구관계를 뜻하고, 금란지교(金蘭之交)는 황금같이 단단하고 난초같이 향기 나는 친구관계를 뜻한다. 이는 친구관계의 소통은 겉모습으로 하는 소통이 아니라 깊이를 나누는 소통이 바람직하다는 뜻이 되겠다. 백아절현이나 금란지교나 그 속에 내재된 친구관계를 보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차원이 높고 깊다. 예술의 깊이를 함께 이해하는 차원이 백아절현의 관계라면 어려움을 함께 하는 차원이 금란지교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예술과 삶의 경지가 동등하게 높고 깊어서 가능한 관계이다. 어느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높고 깊은 게 아니라 두 사람 다 높고 깊은 경지에서의 사귐이다. 레오버스카글리아는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서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와 하나가 만나서 둘이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둘 사이의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으면 각자가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야 하며, 저마다 놀랍고 신비로운 존재로 서로를 잇는 다리를 놓되 자신의 고결함과 존엄성을 잃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그늘 속에서 자랄 생각은 아예 하지 말고, 자신만의 햇빛을 누리며 가능한 크고 훌륭하고 눈부시게 성장하라고 당부 한다. 이와 같은 인간관계는 부부관계의 경우도 마찬 가지이다. 
    <권희돈 청주대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충청대로 103 (율량동)
  • 대표전화 : 043)218-7117
  • 팩스 : 043)218-7447,7557
  • 창간 : 1991-12-29
  • 제보전화 : 043)218-722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원중
  • 명칭 : 동양일보
  • 제호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 등록번호 : 충북 가 00003
  • 등록일 : 1991-12-27
  • 발행일 : 1991-12-27
  • 회장 : 조철호
  • 발행/인쇄인 : 유영선
  • 편집인 겸 편집국장 : 김영이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ynews@d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