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호 청주상당경찰서 상황실 경위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카버 고등학교 여학생 2명이 경찰에 긴급체포 되었다. 죄책은 “학생 중 한명이 총에 맞았다.”며 911로 허위신고를 한 것. 두 학생은 청소년시설에 감금되었고, 학교에서는 제적을 당하였다. 플로리다주에서는 “나는 지금 총을 맞았다”며 허위신고를 한 남성에게 벌금 226만원과 36일간의 구류처분도 내려졌다.

유럽과 일본도 처벌에 있어서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단순 허위신고에도 형법상 경범죄를 적용해 최대 222만원의 벌금을 매기며, 일본에서는 사안에 따라 공무집행방해죄 및 업무방해죄로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허위·거짓신고는 긴급출동을 저해하는 주요요인으로 선진국에서도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허위신고처벌의 중요성을 인식, 엄격하게 처벌하려 하고 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경범죄처벌법(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부터 형법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적용하고 더불어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의한 민사책임까지도 물리고 있다.

용서에 관대한 문화적 풍습으로 인해 행위에 비해 아직까지도 너무 관대하다는 여론도 있고, 처벌이 능사는 아니라고 하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허위신고는 입으로 날려 보낸 부메랑과도 같다. 무심코 내뱉고 행해진 허위신고로 인한 경찰력 낭비로 국민안전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어 내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밀양을 지나 부산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에서 승객 김모씨가 “열차 안에서 강도 5명이 승객을 위협한다”며 허위신고를 했다.

물론 경찰관들이 출동을 했고, 강도가 없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는데는 많은 경찰력과 시간이 낭비되었다. 열차 운행이 20여분 늦어진 것은 별론으로 하고도 말이다. 만일 이 시간 밀양에 살고 있는 내 가족에게 중요 강력범죄가 발생했다면 어쩌겠는가! 생각할수록 아찔하다.

2014년 IMF 통계를 기준으로 대한민국 1인당 국민소득은 약 2만8천달러이며, 현 정부 신년 목표 중 하나가 “2015년 3만달러 시대를 열겠다!”이다. 또한 GDP 규모는 세계 13위로 전세계 237개국 중 5%대의 주요선진국인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이뤄온,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경제적 성과와 지표들이 우리 문화수준에도 반영되었을까?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선진문화도 충분히 정착되었을까? 가끔 대만이나 일본 등 문화선진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주변사람들의 여행기(길거리에 휴지 한 점, 담배꽁초 한 개가 없다. 교통질서가 우리와는 다르다. 시민의식이 대단하다 등등등)를 들어보면 “아~, 그러니까 경제대국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 선진국 사례를 듣다 보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발맞추어 동반되어야 할 성숙한 시민의식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법·문화·환경적 지원이 뒤따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지하철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는 것, 공동체 내의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는 것이 결국은 법질서 부재를 반증하고, 잠재적 범법자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아 사회전체로 무질서가 확대되어 범죄화 된다’라는 ‘깨진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 여기에도 충분히 적용된다고 본다. ‘허위·거짓신고’에 대한 처벌이 경범죄처벌법에 포함되어 있고 벌금 이하의 미미한 처벌에 불과하다는 사소한 국민적 방심이 사회 이슈화 되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노출되어 그 중요성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최근의 ‘세월호 사건’, ‘세종시와 화성시의 총기 난사 사건’, 등 각종 살인·강도·납치와 같은 강력범죄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이기주의를 버리고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이 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더욱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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