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19일 열릴 예정이던 한국여자프로골프 삼천리 투게더 오픈 최종 3라운드는 비가 많이 내려 취소됐다.

 

대회장인 경기도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 컨트리클럽은 그린에 물이 고이는 등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기가 어려웠다.

오후에 날씨가 다소 호전됐지만 해가 지기 전에 경기를 모두 마치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54홀로 예정했던 대회를 36홀로 축소하기로 했다.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나섰던 전인지가 클럽 하우스에 앉아 있다가 졸지에 시상식에 불려나가 우승 트로피를 받았다.

팬들은 맥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1타차 2위 고진영을 응원하는 팬들은 더 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지난 3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클래식은 미국 현지 날짜로 월요일 오전에 끝났다.

악천후 때문에 일요일에 4라운드 경기를 다 치르지 못한 채 날이 어두워지자 4라운드 잔여 경기를 월요일로 순연했다.

선수들은 꼼짝없이 예정에 없던 대회장 인근 숙박을 하루 더 늘려야 했다.

4라운드 72홀 경기로 우승자를 가리는 PGA 투어 대회는 날씨가 나빠져 일요일에도 경기를 마치지 못하면 어김없이 월요일에 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국내 프로골프대회에서는 월요일 경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PGA 투어 대회는 '끝장 승부'를 펼치지만 LPGA 투어와 국내 대회에서는 72홀 대회가 54홀, 심지어 36홀 대회로 축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PGA투어와 달리 왜 LPGA투어, 국내 대회는 '끝장 승부'를 피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72홀 경기로 우승자를 가린다는 PGA투어의 '원칙'이 오히려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회 일정을 늘려 월요일까지 경기를 치르는 것은 협회, 대회 운영사, 중계방송사, 타이틀스폰서, 대회장을 빌려준 골프장, 그리고 선수 등 대회에 관련된 사람이면 다 꺼린다.

대회 일정을 늘리면 인건비와 골프장 대여비를 포함한 운영비가 예산보다 더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다음 대회 준비를 위한 일정에도 차질을 빚는다.

대회 관계자 모두 숙박이나 항공 등 이동 수단 예약도 모두 변경해야 한다. 한마디로 일대 혼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좋아할 일이 아닌 게 당연하다.

한국프로골프협회 송병주 운영국장은 "PGA 투어가 72홀을 모두 채우는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것은 대회의 권위와 전통을 지키겠다는 데 모든 관련 단체와 관계자가 동의하기 때문"이라며 "PGA투어처럼 강력한 원칙 고수는 우리가 따라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LPGA 투어와 한국 남녀 프로골프대회는 36홀 이상 치르면 공식 대회로 인정된다.

72홀 경기나 54홀 경기나 마찬가지다. 적어도 2라운드를 치렀다면 이후 악천후 등 불가피한 사정이 생기면 대회를 더 진행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36홀만 치러도 대회 우승자에게 우승컵과 우승 상금, 그리고 챔피언으로서 각종 예우, 혜택은 고스란히 주어진다.

그러나 18홀밖에 치르지 못하면 대회 자체가 '없던 일'이 된다. 우승자도 없고 대회가 열렸다는 공식 기록도 남지 않는다.

상금은 1라운드 스코어 80위까지 균등 분배하되 그나마 총상금의 75%만 나눠준다.

이런 규정 때문에 아무리 날씨가 나빠도 주최 측은 36홀은 채우려고 안간힘을 쓴다.

2005년 한국여자프로골프 ADT챔치언십이 이례적으로 월요일에 최종 라운드가 개최된 것도 대회가 열린 제주 지역 날씨가 워낙 나빠서 일요일까지 2라운드를 다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김남진 사무국장은 "작년에는 다행히 한번 빼곤 모든 대회가 정상적으로 예정대로 치러졌다"면서 "한국은 장마철과 태풍 시즌이라는 변수가 있어 늘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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