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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27.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깝지 않게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27.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깝지 않게
  • 동양일보
  • 승인 2015.04.21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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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하되 기대지는 말자
     우리를 온전히 맡길 수 있는 곳은
     生을 담은 여행 길 뿐이니,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깝지 않게
     대웅전의 기둥들도 너무 가까우면
     지붕을 떠받들지 못하나니,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자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서 가지는 말자
     하늘의 별들도 너무 가까이서 운행하면
     별 없는 하늘을 만들거니,
     꿈을 꾸되 서로 같은 꿈을 꾸지는 말자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
     서로 다른 꿈을 꾸되 숲을 이루나니,
                   (권희돈 시 ‘관계’ 전문)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한다. 결혼해서 행복을 느끼면 결혼에 성공한 사람이다. 가정 안팎으로의 원활한 소통은 성공하는 결혼 생활에 이르는 사다리이다. 사람 사이의 소통은 함께하기-차이 인정하기- 차이 인정하며 함께 하기의 과정을 거치는 소통이 안정적이다. 부부 사이의 소통도 마찬가지이다. ‘함께하기가 서로의 공통점이나 장점만을 보는 단계라면, 차이를 인정하는 단계에서는 각자의 단점도 보기 시작하는 단계이며, 차이(단점)을 인정하고 함께 하는 단계는 조화를 이루면서 각자의 개성도 유지할 수 있는 단계이다.’
(마르틴 파도바니/권은정, 상처입은 관계의 치유)
결혼 초기의 부부는 서로의 공통점이나 좋은 점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하다. 각자가 지닌 차이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묻혀 단점은 보이지 않는 단계이다. 이런 감정으로 함께하기는 좋은 일이 있을 때만 가능한 소통이며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소통이다.
보다 성숙한 부부의 소통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각자의 보이지 않는 수만은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남녀 간의 생물학적인 차이, 습관이나 취미의 차이, 능력의 차이, 비전의 차이, 현상을 받아들이는 감정의 차이, 각기 다르게 성장해온 문화의 차이,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사건과 현상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인정할 때 서로의 겉모습이 아닌 본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모든 관계가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부부관계에 있어서 이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되는 과정이다. 이때 현실적으로 고통스럽게 다가오는 문제들(상실, 질병, 경제적인 문제, 육아 등 부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제반 문제들)에 직면하여 타협하고 협력하고 관용과 용서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고통을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소통임을 서로 인지하게 된다. 이 단계를 소홀히 하면 부부간의 유대관계가 유리그릇처럼 깨지기 쉽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이 보여도 실제로는 피상적인 부부관계에 머물고 만다. 영혼 없는 소통이 반복되면서 부부 사이의 불신을 내면에 쌓아놓아 마침내 하찮은 일로도 관계가 무너진다. 
<권희돈 청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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