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하정우, 유지태, 방은진, 구혜선, 조재현 등

(동양일보)  '카메라 앞이 아닌, 뒤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다.'
배우들이 잇달아 감독으로 데뷔하며 연기에 이어 연출에 도전하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포드 등이 명배우에 이어 명감독으로 박수받는 할리우드에서는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앤젤리나 졸리 등이 그 뒤를 이어 메가폰을 잡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기에 매진하던 배우들이 속속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면서 카메라 앵글 안이 아닌, 밖에서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올 초 SBS TV 드라마 '펀치'로 안방극장을 휘어잡았던 조재현은 오는 6월 첫 번째 장편 연출작 '나홀로 휴가'(가제)를 크랭크인 한다.

조재현이 각본, 연출, 제작을 맡는 '나홀로 휴가'는 2억원 규모의 저예산 영화로 40대 평범한 가장을 내세워 이 시대 결혼생활과 예기치 않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재현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배우가 연기를 하다 감독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마치 유행처럼 비칠까 봐 조용히 찍은 뒤 나중에 결과물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장편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조재현은 앞서 몇 편의 단편을 연출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집행위원장을 맡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트레일러영상을 두 차례 연출했고, 단편 다큐 '김성수 할아버지의 어느 특별한 날'과 가수 임재범이 리메이크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뮤직비디오 연출 경험이 있다. 이중 '김성수 할아버지의 어느 특별한 날'은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조재현은 "외부 투자 제안도 받았지만 자본에 대한 책임질 만한 연출 경력이 없고 자유롭게 구속받지 않고 첫 작품을 해보고 싶어 혼자서 일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1980~90년대 배우로서 전성기를 보내고 2002년 '찰리의 진실'로 할리우드에도 진출한 박중훈은 자신이 각본, 연출, 제작한 '톱스타'를 2013년 내놓았다.

2011년까지 배우로서 꾸준히 활동하던 그는 '톱스타'를 기점으로 배우가 아닌, 감독 모드로 돌아서 두 번째 연출작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앞서 박중훈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출을 하겠다고 칼을 빼든 이상 내가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올 때까지는 연기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시나리오 작업과 연출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충무로 '대세 배우' 하정우는 2013년 각본과 연출을 맡은 '롤러코스터'로 감독 데뷔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연출과 주연을 맡은 '허삼관'을 내놓았다.

그 와중에 영화 '암살'과 '아가씨'를 배우로서 촬영한 그는 미술 전시회도 여는 등 여러 방면에서 다재다능을 과시하고 있다.

유지태는 2003년 '자전거 소년'을 시작으로 2006년 '장님은 무슨 꿈을 꾸는가', 2008년 '나도 모르게' 등 3편의 단편영화를 잇달아 선보인 데 이어 2013년 첫 장편 '마이 라띠마'를 연출했다.

모두 유지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작품으로, 그는 연출작을 내놓은 사이사이 배우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남자와 세상에서 고립된 여자 마이 라띠마가 절망의 끝에서 만나 나누는 희망과 배신의 이야기를 그린 '마이 라띠마'는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고, 몬트리올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5년 '오로라 공주'를 연출한 방은진은 이후 2012년 '용의자 X', 2013년 '집으로 가는 길'을 통해 감독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그는 최근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영화 '장수상회'의 각색을 맡기도 했다.

구혜선도 연기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연출에 대한 욕심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10년 '요술', 2012년 '복숭아 나무'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데 이어 2014년 '다우더'에서는 각본, 연출, 주연까지 1인3역을 해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된 '다우더'는 강압적인 체벌을 하는 엄마와 고통받는 딸의 갈등을 다룬 심리극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상에 빛나는 문소리는 지난해 단편 '여배우'에서 각본, 연출, 주연을 맡아 감독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정우성도 지난해 옴니버스 단편 '세가지 색 삼생'으로 연출을 시작했다.

영화계에서는 이처럼 배우들이 연기 경험을 살려 연출에 도전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양한 시선과 경험을 가진 감독들의 등장으로 한국영화의 스펙트럼과 색깔 역시 다양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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