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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머물고 싶은 순간<이윤우>
특별기고 - 머물고 싶은 순간<이윤우>
  • 동양일보
  • 승인 2015.05.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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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우(청주시 원예유통과장)
이윤우(청주시 원예유통과장)

햇살 고운 정원에서 노란 생명 싹트는 산수유 꽃의 비밀을 알아보려 들여다보고 있는 시간은 정지 되었으면 하는 시간이다.
등 뒤로는 겨우내 움츠렸던 찌꺼기를 증발 시켜 버리듯 햇살이 내리 쬐어 등에 개미가 지나듯 스멀스멀 햇살이 기여 가는 듯한 느낌은 봄날의 햇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다. 눈이 시려 반쯤은 감아야 앞을 볼 수 있고, 아른거리는 신기루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분명 봄만이 가능한 햇살이다.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봉긋한 꿈을 간직하고 웨딩마치가 울리길 기다리며 입구에 대기하고 있는 신부처럼 다소곳이 꽃망울이 한줌의 햇살을 기다리고 있다.
그 봉우리 속 에는 어떤 색깔의 꿈 조각이 숨어 있을까, 얼마나 많은 꿈들을 간직하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설래임 들어 있을까, 궁굼한 마음에 미리 까 보고 싶은 욕구를 꾹 참고 있으려니 조바심이 난다. 발바닥이 가려운 것처럼 움찔 거린다.
우린 살면서 이렇게 머물고 싶은 시간들이 얼마나 많이 간직하고 있는가, 그 시간이 많을수록 행복한 삶일 것이다. 기다리던 첫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우암산 기슭에 뜬 쌍무지개 바라보며 가슴 설래 이던 추억은 다시 느끼고 싶은 시간이다. 아들이 유치원에서 태권도 배운다고 앙증맞은 포즈를 취했을 때, 딸이 대학 졸업식 때 상 받으러 앞에 나갔을 때, 대학 합격자 발표에 게시판에서 내 이름을 발견 하고, 혹시 잘못 보진 않았을까 하며 두 번 세 번 확인하고서야 안심했던 시간, 진급자 명단에서 내 이름이 올랐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 속에서 내 그림자를 발견 했을 때의 그 순간은 분명 머물고 싶은 시간 이었으리... 소식 없던 친구가 어느 날 나타났을 때, 어머니께서 젊은 사람처럼 건강하다고 의사가 말해줄 때, 아버지 산소에 잔디가 무성하게 잘 자랄 때, 고스톱 치는데 같은 거 두 장을 들고 있다 할 수 없이 내야할 상황에서 냈는데 옆에 사람이 쌌을 때 그것도 똥 쌍피로. . .

이렇게 머물고 싶은 봄볕도 항상 봄날만 있다면 솜사탕처럼 달콤할 수 있을까? 칼바람 부는 추운 겨울날씨에 언제 봄날이 오나 하는 기다림 속에 오는 봄날인지라 더욱 달콤하게 느껴 질 것이다. 봄나물 중에서 제일 먼저 맛볼 수 있고 최고의 향을 자랑하는 냉이도 혹독한 추위 와 눈보라 속에서 버티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최고의 봄나물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기다림이 길면 길수록 추운 칼바람이 매울수록 그 다음에 오는 봄날은 달콤하고 따스하게 느껴 질 것이다. 누군가 봄을 일컬어 계절의 여왕이라 불렀듯이 사계절 중에 제일은 당연히 봄날이다. 이처럼 추운 고통을 이겨낸 봄날이 따스한 것과 같이 고통이 없는 결과는 따스하지도, 달콤하지도, 또 오래 가지도 못할 것이다. 수십억을 얻은 로또 당첨자의 불행한 말로를 수차래 들었으며, 남의 돈을 공짜로 얻으려는 도박으로 부자 되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듯이, 인고의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이 행복 할 수 없을 것이다. 인고의 고통이 심 할수록, 결과물의 과정이 험 할수록 거기서 얻어지는 결과물은 달콤하고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지금 하우스 속에서 빨간 딸기가 달콤한 향을 피우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겠다. 이번 주 말에는 가족과 함께 딸기 밭을 가볼까, 남일 방면으로 갈까, 아님 문의 쪽으로? 딸기 향을 맡으며 붙들어 두고 싶은 아까운 봄날은 어디쯤 지나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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