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박종섭(62·사진)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발간한 ‘Let it be’는 특별한 사연을 안고 있다. 환갑을 맞은 은사를 위해 제자들이 헌정한 책이라는 것. 지난해 60주년 생일을 맞아 작은 축하 이벤트를 벌인 제자들은 그동안 박 교수가 써 놓은 글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박 교수는 “제자들이 문학가도 아닌 나에게 그동안 썼던 글을 정리해 놓으라고 했다. 필력이 부족해 꽤나 부끄럽지만 사랑하는 제자들의 부탁이기에 승낙을 했다”며 “그동안 내 마음을 표현했던 글들, 대내외 활동을 하면서 전했던 나의 메시지, 가족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한데 모았다”고 말했다.
이 책은 ‘내 생의 봄날’,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하여’, ‘내 마음의 향기’, ‘다시 청춘’ 등 4부로 구성된다.
책 속에는 가족에 대한 박 교수의 진한 사랑이 절절히 묻어난다. 아버지의 기일마다 박 교수가 썼던 추모사, 장모님의 영전에 바쳤던 시 등 가족을 위해 쓴 다양한 글이 담겼다. 늘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던 어머니, 영원한 스승이었던 아버지, 각각 교수와 호텔리어가 된 두 딸에 대한 애정이 글귀마다 가득하다. 그는 아내의 생일마다 시를 지어 선물하고 있기도 하다.
35년간 대학에 근무하는 동안 학생, 교직원, 동문 등 많은 사람들과 소통했던 다양한 글도 만나볼 수 있다. 농업·농촌에 관한 논고, 취임사, 축사, 제자에 대한 편지 등 박 교수의 글 뿐 아니라 학생들이 그에게 전한 편지글도 살펴볼 수 있다. 종강 후 학생들이 전해준 감사의 편지 한 장까지 소중히 간직하는 박 교수의 모습에서 참된 스승상을 엿볼 수 있다.
박 교수의 한 제자는 “교수님이 쓰신 ‘회갑단상’에서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지를 업고 징검다리를 건너며 아버지의 그늘진 마음을 회상하는 부분은 눈물이 절로 나게 했다”며 “학생들에게 늘 존경받는 교수님으로 기억되는 사람, 교수이기 전에 선배로 학생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는 분”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시인도, 수필가도, 소설가도 아닌 아마추어가 쓴 글을 정리하다 보니 일정한 장르가 없다. 괜한 두려움이 앞선다”며 “하지만 글 속에 투영된 나의 삶의 메시지가 읽는 이들에게 작은 울림으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저자는 충북 괴산 출생으로 충북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농학석사, 일본 북해도대 대학원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객원교수, 한국농업정책학회장을 역임했다.
뒷목문화사. 309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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