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비수사’ 형사 공길용 역 김윤석

 

“상반기 한국영화의 깃대를 꽂을 만한 작품이죠.”

배우 김윤석(47)은 영화 ‘극비수사’(감독 곽경택)를 이렇게 소개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9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의 인상부터 그랬다.

“거짓말이 없어서 좋았어요. 수사물이라는 게 장르적인 겉포장이 많은데 자극적인 게 없더라고요. 실화이고 수사극이지만,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나가야겠다는 초점이 남달랐어요. 읽으면서 궁금해지는 디테일이 숨어 있었고요.”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 재력가 집안의 어린 딸이 납치된 실제 사건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김윤석이 맡은 역할은 부모의 부탁으로 사건에 뛰어든 형사 공길용으로 실재하는 인물이다. 공 형사는 도사 김중산(유해진)과 함께 아이를 찾는 데 발벗고 나선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김윤석은 실제로 그를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신문 스크랩에 나온 ‘범인을 잡는 게 우선이냐, 아이를 구하는 게 우선이냐 하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인물’이라는 정도만 알고 캐릭터에 접근했다.

그가 이해한 공길용 캐릭터는 ‘절실함’에 바탕을 둔다.

공 형사는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의 다급한 얼굴을 마주하고, 관할 다툼이 더 중요한 동료들로 인해 아이를 구하지 못할 위기에 놓이며, 실제로 범인이 자신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순간을 맞이한다.

“제가 이해한 시나리오에서는 공길용이 절실함에 빠지는 순간을 여러 차례 맞습니다. 범인을 잡는 것과 아이를 구하는 것 중에서 아이를 구하는 게 먼저라고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사건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엄마의 얼굴만 해도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겠죠.”

범죄물치고는 적은 편인 액션 장면도 이런 절실함이라는 정서 위에서 탄생했다.

“액션신의 강도는 오히려 작은 편이에요. 행동보다는 절실함이 중요했어요. 이대로 놓치면 범인이 영영 숨어서 안 나올지 모른다는, 그런 절실함이죠.”

김윤석이 ‘극비수사’에 ‘닭백숙 같은 영화’라는 수식어를 단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실화의 힘만은 아니에요. 범인을 체포해 나가는 모습뿐 아니라 ‘소시민’들의 소신껏 하는 행동들, 그 가족들의 모습까지 많은 이야기를 진실성 있게 함축하고 있죠. 장르적으로 화려한 게 아니라 담백해요. 오히려 더 섬세하고 더 묵직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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