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작의 딸과 하룻밤을 보낸 하인 ‘존’ 갑자기 돌변하는데…

 

19세기 말 아일랜드, 세례 요한 축일을 앞두고 남작의 저택이 빈 가운데 남작의 딸 줄리(제시카 차스테인)는 하인 존(콜린 파렐)에게 함께 춤을 추자고 청한다.

꿈도 꾸지 못한 아가씨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존은 주방 하녀이자 연인인 캐서린(사만사 모튼)을 뒤로 제쳐두고 줄리에게 적극적으로 연심을 고백한다.

결국 둘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지만 이튿날 존은 돌변한다.

‘미스 줄리’는 스웨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1888년 희곡을 바탕으로 무대를 아일랜드로 옮겨 영화화한 작품이다. 스트린드베리는 무신론과 자연주의적 철학을 담은 작품들로 파장을 일으켰으며 이 희곡 역시 문제작으로 꼽힌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뮤즈로 불리는 배우 출신 감독 리브 울만은 메가폰을 잡으면서 최대한 연극적 요소를 살렸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세 배우의 연기에만 의지한다. 이들 외에 다른 배우는 등장하지 않으며 잠깐씩 등장하는 야외 장면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대는 텅 빈 저택의 부엌과 방, 복도다.

배우들은 이에 맞게 좋은 연기를 펼친다.

배우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작품의 짐을 안게 된 파렐과 차스테인은 엇박자를 내며 요동치는 욕망과 끊임없이 뒤집히는 남녀간 권력관계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상대적으로 분량이 훨씬 적지만, 뜻밖에도 사만사 모튼의 존재감은 앞선 두 배우 못지않다.

슈베르트부터 쇼팽까지 우아하게 흐르는 클래식 선율과 북아일랜드 허물어져 가는 저택을 개조한 촬영장 등 미술작업도 보고 들을 거리를 제공한다.

계급 사회를 배경으로 상황에 따라 뒤집히고 또 뒤집히는 남녀간 권력관계는 웬만한 현대극 속에서 그려지는 남녀의 밀고 당기기 또는 주도권 잡기보다 훨씬 더 흥미로울 수 있는 주제다.

18일 개봉. 129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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