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빛 40만배 세기로 집속…정보통신·반도체공정 등 응용"

▲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김명기(왼쪽).이용희 교수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빛을 파장보다 훨씬 작은 수나노미터(㎚=10억분의1m) 영역 안으로 모아 빛의 세기를 40만배 높일 수 있는 초고광밀도 삼차원 구조체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김명기·이용희 교수팀은 금속에서 빛이 회절한계를 뛰어넘어 작은 공간에 가둬지는 플라즈모닉 현상을 이용해 가로세로 10㎚, 높이 4㎚의 3차원 공간에 빛을 집속, 빛의 세기가 입사파보다 40만배 큰 빛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ACS)의 나노분야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6월 10일자)에 게재됐다.

빛은 고밀도로 모을수록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 빛을 한 점으로 모으는 연구가 널리 수행되고 있으나 파장보다 작은 크기에서 발생하는 회절현상 때문에 일정 크기 이상으로 모으는 것은 어렵다.

과학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속 표면에서 회절한계를 뛰어넘어 빛이 가둬지는 플라즈모닉 현상을 이용해 빛을 모으는 플라즈모닉 안테나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5㎚ 이하로 빛을 모으기도 했으나 2차원 형태의 플라즈모닉 안테나로는 빛을 아무리 빛 작게 모아도 나머지 한쪽 방향으로 빛이 퍼지는 한계가 있다. 즉 빛을 최대 밀도로 끌어올리려면 3차원 구조 속에 가두어야 한다.

연구진은 이온빔을 강하게 집속시켜 직접 물질을 깎는 집속 이온빔 근접 식각 기술을 도입해 3차원 구조의 4㎚급 갭-플라즈몬 안테나를 만들었다. 또 이를 통해 삼차원 나노 공간(∼4x10x10㎚³) 안에 빛을 모아 굵기가 입사파의 40만분의 1보다 가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빛의 굵기는 지름이 100㎛정도인 머리카락의 1억분의 1보다 더 가늘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데이터 통신과 정보 처리에 적용하면 속도를 초당 1조번(테라헤르츠) 수준으로 높이고, 하드디스크의 면적당 용량을 현재의 100배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자 현미경 대신 직접 빛을 이용해 분자 이하 크기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추출하거나 반도체 공정을 수㎚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기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기 교수는 "간단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기존 2차원 플라즈모닉 안테나 중심 연구를 3차원 공간으로 확대시켰다"며 "정보통신, 데이터 저장, 영상의학, 반도체 공정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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