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소녀, 고독한 인간 소년 사랑

 

음산한 악의 도시 배경… 배우 소지섭이 단독 투자 화제

죽음과 고독의 냄새가 풍기는 악의 도시 ‘배드 시티’.

한 뱀파이어 소녀가 차도르를 쓰고 밤마다 고요한 도시의 길거리를 누비며 나쁜 남자들을 공격한다. 그런 뒤 스케이트 보드 위에 올라서서 바람을 느끼며 한밤의 고요함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뱀파이어 소녀는 우연히 만난 소년에게서 알 수 없는 슬픔과 연민을 느끼고, 둘은 점점 서로에게 빠져든다.

영화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는 악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외로운 뱀파이어 소녀와 고독한 인간 소년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독특하고 색다르게 풀어낸다.

작품의 밑바탕에는 음산한 톤과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인 ‘필름 누아르’(film noir) 장르가 자리를 잡고 있다. 디스토피아적인 황량한 분위기와 어둡고 그림자 진 톤 앤 매너 구현을 위해 흑백 촬영 기법을 썼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는 인간성의 절멸, 허무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밤에 찍은 화면이 주를 이루며 구도상의 긴장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압도하는 장면들도 전통적인 필름 누아르 장르의 공식을 충실히 대입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평단의 특별히 호평을 받는 부분은 필름 누아르 장르를 밑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와의 혼합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장르적 변주의 첫 번째로 전통적인 필름 누아르의 영역인 공포나 갱스터 장르에서 탈피해 ‘로맨스’로 그 범위를 확장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어둡고 잔인하며 폭력적인 범죄와 타락의 도시 세계를 그리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외롭고 고독한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년의 로맨스를 독특한 감성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배우 소지섭이 단독 투자해 수입한 영화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