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깊숙이 자리한 중국산 편견·불통·오염문제 다뤄

 

한국에 수출한 장어에서 수은이 검출돼 전량 폐기처분을 당하게 된 중국인 ‘첸’(박기웅).

그는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한국 식품안전처에 장어 재검사를 요청하기 위해 중국에서 키운 장어 세 마리와 힘겹게 한국으로 밀입국한다.

한국에 발을 들이자마자 밀입국한 중국인이라는 한국사회의 편견과 마주하는 첸은 가까스로 검사관 ‘미’(한채아)를 만나게 된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중국산 장어를 소재로 한국사회 전반에 깔린 편견, 불통, 계층 간의 대립, 환경오염 문제를 다룬 영화다.

김기덕 감독이 여섯 번째로 제작과 각본을 맡은 영화로, 첫 장편 연출에 도전한 김동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09년 시중의 대형 식당에 중국산 장어가 국산 장어로 둔갑해 판매되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당시 원산지를 속여 파는 먹을거리 식품 문제가 근절되지 않자 정부는 음식점 원산지표시제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영화 속 장어의 모습은 마치 밑바닥에서 허덕이는 인간 군상을 연상케 한다. 의도치 않게 사회로부터 오염되고, 그 때문에 상처받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번 영화의 감독은 아니지만, 예상했던 대로 김기덕 감독의 사회비판적인 주제의식과 특유의 색깔이 짙게 배어 나온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뼈대는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편견과 충돌하는 욕망이다. 여기에 폭력과 욕설, 성적 욕망 등의 ‘김기덕 감독표’ 이야기 전개 방식이 색을 채운다.

극 초반에는 중국산 장어를 둘러싼 진실을 찾으려는 첸과 진실을 숨겨야 사는 미의 대립 구도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진실에 침묵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이 두드러지면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진다.

한국사회에서 깊숙이 자리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실체는 중국산 장어의 이야기와 만나면서 역설적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민 낯을 가감 없이 들춰낸다.

오염된 인간사와 환경, 진실을 규명할 수 없는 상황은 우리 시대의 모든 것이 ‘메이드 인 차이나’가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6월 25일. 청소년 관람 불가.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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