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부 은행원 미야자와, 고객의 돈에 손대는데

 

평범한 일상을 살던 주부 리카(미야자와 리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은행의 계약직 직원이 되고 까다로운 노인 고객을 시작으로 조금씩 고객의 신뢰를 얻어 간다.

리카는 어느 날 외근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백화점에서 판매원의 말에 혹해 고가의 화장품을 사다가 돈이 부족하자 고객이 맡긴 돈에서 지폐 한장을 꺼낸다. 이후 바로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아 채워넣는다.

그즈음 리카는 까다로운 노인 고객의 대학생 손자(이케마쓰 소스케)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관계를 시작하고 그에게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종이 달’은 일본의 이름난 작가인 가쿠다 미쓰요의 동명 소설을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피 한 방울 튀기지 않고 웬만한 범죄 스릴러보다 팽팽한 극적 긴장감을 선보인다.

소설을 써내려가듯 인물의 심리 변화를 치밀하게 그려 나간 덕이다.

한 가닥 실이 툭 끊어지듯이 리카의 윤리의식이 어떤 선을 넘는 순간부터 일상적이고 미세한 균열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음을 깨닫는 순간까지 장면 장면 인간의 내밀한 본모습이 펼쳐진다.

주인공이 사상누각을 쌓다 파멸로 몰리는 모습은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다.

이런 이야기에는 생명과도 같은 ‘공감’은 의상부터 공간까지 적절하게 배치한 감독의 연출뿐 아니라 배우 미야자와 리에의 연기에서 나온다.

미야자와는 평범한 주부의 모습부터 빗나간 욕망을 향해 한발씩 내딛는 모습, 행복감과 불안감의 정점에 동시에 머무는 모습, 절벽을 눈앞에 두고 썩은 동아줄인 줄 알고도 붙잡으려 애쓰는 모습까지 그야말로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다만 리카가 자신의 입으로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허상을 구구절절 풀어놓는 후반부의 직설적인 화법과 탄탄하게 쌓아올린 이야기를 흐트러뜨리는 결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영화는 일본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을 휩쓸었고 도쿄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 등을 받아 ‘31관왕’을 기록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23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1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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