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마약조직·경찰에게 쫓기며 벌어지는 야한코미디

 

고등학생 세 친구는 ‘바바리맨’을 잡겠다고 나섰다가 여학생을 인질로 잡은 탈주범을 잡아 ‘용감한 시민’으로 떠오른다.
10여 년 후, 구달수(임원희)는 ‘진상’ 고객에게 지친 콜센터 상담원, 왕해구(손호준)는 ‘갑’에게 지친 제약회사 영업사원, 차명석(김동욱)은 ‘엄친딸’ 여자친구에게 지친 만년 고시생이다.
현실을 토로하며 술을 마시다가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부산이다. 셋은 기왕 내려왔으니 여자를 만나 화끈하게 놀아보겠다며 해운대를 헤매다가 얼떨결에 마약 밀매 조직과 경찰에 동시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쓰리 썸머 나잇’은 자신감이 넘치는 코미디 영화다.
배우들도, 감독도 “B급 코미디란 이런 것”이라고 외치듯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온몸을 내던진다.
스크린은 온통 난장판이다. 
백사장에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줄지어 누워 있고 남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여자 하나 꼬드겨 보겠다고 덤벼든다. 깨진 유리 조각을 밟은 발에서는 시뻘건 피가 뿜어져 나온다. 주인공도 조폭들도 뛰고 또 뛴다. 수영장 파티에서 춤을 추던 걸그룹 멤버가 수중 키스신을 선보인다. 모텔에서도, 횟집 2층 방에서도 뜨거운 밤이 펼쳐진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귀신이 산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등을 만들었던 김상진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듯 거침없이 밀어붙인다.
과한 화장실 유머로 ‘병맛’을 날려대고 ‘이게 뭐야’ 싶은 순간을 여러 차례 안겨준다. 늘어져 걷어냈으면 싶은 장면도 여럿 있다. 
그런데도 그런 면들까지 애교로 받아줄 수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솔직해서 그만큼 개운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줄거리도 없고 개연성도 없다. 딱히 전하려는 메시지도 없고 그럴 듯한 멋진 장면도 없다. 그저 ‘놀고 있는’ 영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면 좀 어때?’라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게 이 영화의 강점이다. 이 시대 미생들에게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대단한 말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난장판 속에서 함께 한바탕 굴러보는 게 가끔은 더 나은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임원희, 손호준, 김동욱 등 세 주연 배우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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