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청주시의회 의원)

▲ 김태수(청주시의회 의원)

전국 최초의 전면적 무상급식을 시행함으로써 충북은 무상급식 선진도의 명예를 안았다. 이에 따른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이 이시종 도지사이다. 그러나 충북도 무상급식 지원행태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무상급식 지원의 민낯이 드러나게 되었다.
충북도내 무상급식 지원은 총비용을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각각 50%씩 분담한다. 그런 후 그 50%를 기초자치단체가 60%(총비용의 30%)를 나머지 40%(총비용의 20%)를 충북도가 분담하고 있다.
그런데 기초단체와 충북도의 분담비율과 분담근거가 우리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충북도에서는 ‘충청북도 보조금 관리 조례 시행규칙’의 보조금 기준율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 조례에는 무상급식 지원 항목이 있고 도비보조금 기준보조율을 청주시는 30%, 기타 시∙군은 40%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근거로 청주시에 규정보다 많은 보조를 해 주고 있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충북도 관계자는 “2010년 11월 도교육청과 무상급식 합의 직전 도내 시장·군수와 4대 6로 분담하기로 합의했고, 이듬해 10월 분담률 조정 요구가 다시 제기됐을 때도 마찬가지 합의가 도출됐다”고 했다. 또 ”도가 11개 시·군에 교부하는 다른 보조금의 경우 도와 시·군 비율이 2대 8 내지 3대 7 수준“이라며 ”무상급식은 다른 사업보다 중요하고 의미도 있어 도가 더 부담하기로 해 4대 6으로 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도가 희생을 하며 기초단체를 배려하고 있는 양 말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010년 당시의 도지사와 시장·군수 구성과 도의회의 구성을 보면 충북도의 주장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도지사는 당시 민주당 소속 이시종지사였고, 기초단체장도 당시 도내 12개 시·군 중 청주시장을 비롯한 5개 기초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한나라당 소속 3명, 선진당 소속 3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됐다. 도의회는 31명 중 한나라당 4명, 민주당 22명, 기타 5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런 상태였으니 도의 지원을 기대해야 하는 기초단체장은 소신을 제대로 피력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도의회는 압도적 다수가 장악한 민주당 소속의원들의 의지대로 조례 제∙개정을 비롯한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을 것임을 유추해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충북도교육청이 전면 실시하고 있는 무상급식 사업이 기초단체인 시·군의 사업인가 하는 점에 주목한다. 주지하다시피 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사업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이시종 도지사 후보의 가장 강력한 공약이었고, 이후 전면적 무상급식 실시로 이시종 도지사의 가장 큰 업적이 됐다. 그런데 온갖 찬사와 명예는 충북도와 도지사가 얻고, 그에 따른 비용의 분담은 기초단체의 사업으로 분류하여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다른 어느 시·도도 무상급식을 보조금 지원 사례로 규정한 곳은 없었다. 오직 충북만 이 규정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시행할 당시부터 비용지원에 부담을 느끼고 우회적으로 기초단체에 그 비용을 떠넘기려 보조금 지원 조례에 끼워 넣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도에는 충북지역의 학교 등에 무상급식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고, 친환경 농산물을 비롯한 안전하고 우수한 식재료를 사용함으로써 학교급식의 질을 향상시켜, 성장기 학생들의 건전한 심신발달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충청북도 학교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
이 조례 5조(지원방법) 2항에는 “급식경비의 지원규모와 내역 및 기관별 재정분담은 7조의 규정에 의한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도지사가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생뚱맞게 보조금관리 조례를 따르라는 억지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또 한가지는 도지사의 대표공약이고, 도지사와 도교육감이 합의 한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초단체는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가 하는 점이다.
기초단체는 기초단체대로 입장이 있고 자체적인 재정운용 원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갑질의 또 다른 행태로 보인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사자성어가 생각나는 오늘이다.
양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은 훌륭하나 속은 변변치 못하거나, 그럴듯한 물건을 전시해 놓고 실제로는 형편없는 물건을 파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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