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날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정현종 시 ‘경청’ 중에서)

 

요즘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육신의 병인 암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의 병인 우울증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자살하는 사람 중 80%가 우울증으로 자살한다고 한다. 우울증은 충격적인 사건 후에 받는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다. 기분과 집중력이 저하되고 불면에 시달리며 죄의식에 사로잡히고 까닭 없이 초조해 하고 불안해하며 반복적으로 죽음을 생각하는 증세를 보인다.

 

신경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은 이렇게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1)환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주어라. 2)비난하지 말고 충고하지 말아라. 3)의사의 치료를 권하라. 4)말과 행동의 변화를 살펴라. 주목할 점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라는 말이 1번 순위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까· 사연(충격적인 사건) 때문이다. 충격적인 사건이 응어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응어리가 독이 되어 부글부글 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체로 타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타인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말하기를 좋아한다. 타인을 이해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이해받고 싶은 욕구가 앞서서일 것이다.

 

말하는 사람 쪽으로 몸을 기울여서(傾), 왕과 같은 커다란 귀(耳-王)와 열 개의 눈(十-目)과 말하는 사람과 한 마음(-心)으로 듣는 것(聽)이 경청(傾聽)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이며, 듣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끓어오르던 독이 증발해 버린다. 잘 들어주기만 해도 80%는 치유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자신을 내맡기고 들어주고, 편견이나 판단 없이 들어주고, 자신을 공명통처럼 온전히 비우고 공감하는 자세로 들을 때 완전한 커뮤니케이션, 완전한 치유, 완전한 사랑이 이루어진다.

 

<권희돈 청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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