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훈 청양군 기획감사실 정책홍보담당

지난 5월 20일 최초 감염자가 확인된 후 7월 13일 현재까지 확진자 186명, 격리자 451명, 사망자 36명을 발생시킨 메르스는 6월 한 달간 온 나라를 역병의 공포에 몰아넣었다.
생전 처음 들어본 병명에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고 세월호 사태 때와 똑같이 초동대처부터 사고 수습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중앙정부에 국민들은 불신의 눈초리를, 메르스 공포에는 겁을 먹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오히려 메르스와 관련해 온·오프라인에서 유언비어·괴담을 퍼트리는 사범에 대해서 엄중처벌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고 불안을 해소시키는 정책 대신에 국민들의 입을 막으려고만 했다.
급기야 몇몇 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무능력에 한계를 느꼈는지 다른 지자체와 연대를 통해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힘을 모으면서 중앙정부와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중앙정부는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비판했지만 국민들은 반대로 지방정부를 응원하고 힘을 실어 주었다. 이는 국민들이 느끼기에 내 삶과 터전을 지켜 줄 수 있는 정부로 지방정부를 더 가까이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 부활을 시작으로 1995년에는 자치단체장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형식적인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이후로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1991년 당시 국세대지방세 조세배분비율 80대20은 거의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소득세 위주의 국세에 비해 재산세 위주인 지방세는 건설경기, 부동산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지방정부의 세수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에는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보조금 등에 더욱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앙집권적 행정이 나쁜 것은 아니다. 모든 권한과 예산, 역량을 적시에 이용하기만 한다면 그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처럼 우왕좌왕하는 행정을 보이면 장점 보다는 단점이 더욱 부각된다는 약점이 있다.
우리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로 민주화를 이루어 냈고 관선이 아닌 민선으로 자기 고장의 수장을 직접 선출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정부는 이젠 지방분권과 지방재정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가의 안전과 관련한 권한과 예산, 인사를 지방에 나누어 주어 지방정부의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음에 이것과 비슷한 사태가 일어났을 경우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통일신라, 고려, 조선, 대한제국으로 이어지는 동안 왕정국가였고, 일제식민지 시절에는 일본 군인이 왕 자리를 대신했고 해방 후에는 잠시 미군정이, 정부 수립 후에는 독재정치를 경험해서인지 권력이 분권되는 것에 이상하리만큼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진정한 강함은 권력을 틀어쥐고 있을 때 나오는 것이 아닌 분산을 통해 그 지역 실정에 맞게 역량을 강화시켜 줄 때 중앙정부의 권한이 강해진다는 것을 이번 메르스 사태로 느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