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서 킹 목사와 투표권 위해 싸운 사람들 이야기

 

1965년 미국. 흑인들에게 이미 참정권이 주어졌으나 백인 관료들이 흑인을 투표인명부에 등록하기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서 현실적으로 흑인은 투표를 하지 못한다.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는 흑인 인구의 2%만 투표인명부에 등록된 앨라배마주 셀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흑인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 도중 20대 청년이 진압 경찰관의 총에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분노한 흑인들은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행진을 시작한다.

킹 목사와 그를 따르는 시민들이 진정한 투표권을 얻어내려 투쟁을 시작하고 대통령이 참정권 행사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기까지 과정을 그린 ‘셀마’에서는 감동적인 실화가 좋은 연출을 만났을 때 내는 시너지효과를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야기 전개는 차분하고도 역동적이다.

도시의 길거리부터 백악관까지 여러 무대를 오가며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혼란스러운 상황들은 시간대 순서로 담담하게 나열된다.

그러나 영화는 “자유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수사에 갇히지 않고 진짜 살아 숨 쉬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씩 그려 나간다. 이를 통해 감정을 촘촘히 쌓아 올린 덕에 후반부에 이르러 가슴 벅찬 울림까지 얻어낸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킹 목사를 그려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밖에서는 백 가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시민을 이끌고 까다로운 정적을 마주하는 지도자로서, 안에서는 가족의 희생 앞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가장으로서 킹 목사의 인간적 면모는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진심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훌륭한 연설가였던 킹 목사의 연설은 영화 속에서 거의 전문 그대로 울려 퍼지며 공감을 끌어낸다.

이를 포함한 감각적인 편집은 관객의 마음을 붙잡아두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배우들의 호연도 이야기 전개에 힘을 불어넣는다.

영국 출신 배우인 데이비드 오예로워가 킹 목사를 연기했으며 카르멘 에조고가 10년 전 TV드라마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킹 목사의 부인인 코레타를 연기했다.

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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