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남 청주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관장

어느 날 퇴근 무렵 40대 초반쯤 되는 한 젊은이가 찾아 왔다.
도시생활이 어렵고 힘들어 귀농을 하려는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이나, 주거 할 수 있는 택지 논, 밭 등 안전하게 가서 살 수 있는 곳은 없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반갑게 맞이하여 그동안의 도시에서의 어려움을 들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무직자로 지내다 어머님의 배려로 3년 동안 함께 살며 불효 아닌 불효자의 생활로 살아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제는 내 스스로 아름다운 농촌을 찾아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텃밭도 일구어드리고 싶다”며 “편히 모실 수 있는 장소를 알선해 달라”고 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금도 없고, 농업에 대한 경험도 없고, 정착할 곳도 전혀 없는 젊은이를 어찌하여야할지…. 이것이 우리 귀농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주는 현실인지 모른다.
이렇듯 요즘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 중에는 막연히 정부에서 보조금과 살 곳을 다 만들어 주는 양 안일한 생각으로 관공서를 찾는 이들이 많다.
우선 정부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농업에 대한 전문 교육 1년 과정을 알선하고 교육과정이 끝나면 농촌에 정착한 이들 중 일부를 선정, 정착한 곳 인근 전문 농업인과 농촌에 잘 정착 할 수 있도록 멘토-멘티를 맺어준다. 또 지원 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매월 10개월 과정으로 약간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다 정착 후 3~5년 정도 지나 꼭 필요한 농업과 관련한 새로운 사업이나 시범사업에 대한 계획을 세워 시·군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관 담당부서에 제출하면 시범사업비로 약간의 사업비를 지원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릴 수 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지원 정도는 다르겠지만 본인의 노력과 의지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청주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관에서는 71명의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1년 과정의 농업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이 농촌에 정착하기 전 견학, 실습, 이론교육을 병행해 농촌적응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또 선도농가 육성을 위한 멘토-멘티도 22명이 맺어 전문 교육 이수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열심히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반드시 귀농·귀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결국 귀농·귀총 희망자가 농촌에 정착하기 전 귀농·귀촌에 대한 전문지식을 먼저 익히고 도전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귀농·귀촌 정책은 위기에 처한 농업과 농촌을 구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의 각종 지원 혜택만을 챙겨 보겠다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자체 지원에 무임승차하겠다는 자세는 개인으로나 지역으로나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도시민의 급속한 유입으로 변화의 길목에 선 농촌은 ‘상생의 귀농·귀촌’을 필요로 한다. ‘상생’은 일방적인 희생과 봉사를 의미하지 않는다.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먼저 귀농·귀촌한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말한다.
‘내 보따리’가 아닌 ‘우리 보따리’를 챙기는 마음이 귀농·귀촌을 준비하고 결행하는 이들의 초심에 각인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